웹툰·웹소설 불공정 조항 ‘1112개’···2차적 저작물 작성권 무단 설정 등 시정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5.18 12:00  수정 2025.05.18 12:00

공정위, 23개 사업자 이용약관 전체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웹툰·웹소설 분야 콘텐츠 제작·공급, 출판·플랫폼 연재 등 사업을 영위하는 23개 사업자의 저작물 계약에 사용하는 이용약관 전체를 심사해 총 141개 약관에서 1112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시정 내용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무단 설정 폐지, 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표기 시 사전 합의, 저작권자 손해배상 범위 등 21개 유형이 담겼다.


2018년 불공정 약관 시정···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부당 계약 지속


공정위는 지난 2018년 26개 웹툰플랫폼 사업자와 웹툰 작가 간 웹툰 연재계약서를 심사하고,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저작자들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해외유통권, 정산 내역 제공 등 불리한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웹소설 분야는 작가와 연재플랫폼 간 직접적인 계약 외에도 콘텐츠공급사를 통한 계약 체결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공급사가 플랫폼과 작가를 매개하는 거래뿐만 아니라 콘텐츠공급사와 플랫폼 간 거래 관계에서 불공정한 계약 조항이 사용되면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공정위는 웹툰·웹소설 산업 분야의 공정한 생태계 조성과 창작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약관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기존에 점검하지 않은 콘텐츠공급사와 연재플랫폼 위주로 23개 조사대상 사업자를 선정했다. 공정위는 특정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각 사업자와 저작권자 간 계약, 콘텐츠공급사와 연재플랫폼 간 계약 등 모든 약관을 전반적으로 점검했다.


아울러 웹툰·웹소설 분야의 공정한 계약환경 조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제정 작업에 참여, 약관심사 시 표준계약서에 규정된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저작인격권 보장, 계약기간 자동 연장 등 21개 조항 시정


공정위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한 조항을 시정했다. 기존에는 원저작물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자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한 조항이 있었다.


저작권법 제22조에 따르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주체는 저작자이므로 제3자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저작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저작물 계약 시 사업자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조항은 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을 언제, 누구와 제작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약관법상 고객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별도의 합의에 따르도록 자진 시정했다.


저작자의 저작인격권도 보장한다. 사업자가 저작자의 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해당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이는 일신전속적 권리로 스스로 포기할 수 없음에도 저작자에게 두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거나 통상적인 범위 이상의 저작물 수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이다.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부득이하게 저작물을 직접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저작권자와 사전 협의하거나 사전 동의를 얻도록 자진 시정했다.


저작권자의 귀책과 상관없이 모든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손해배상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과중한 위약벌을 부과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시정했다. 귀책 여부와 민법상 범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위반 내용의 중대성, 고의성 등을 고려해 위약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민법상 정해진 범위에 따라 귀책 사유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위약벌 부과 시 위반 내용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자진 시정했다.


급부내용의 일방적 결정·변경은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계약의 중요사항인 급부의 내용·방법 등은 약관에 명확하게 규정돼야 하지만 사업자 일방의 판단만으로 결정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사업자들은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하거나 범위를 한정해 급부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저작물 가격 등 급부의 주요내용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 협의·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부당하게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계약 당사자가 계약 만료 전 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3년 자동 연장되도록 하거나, 원저작물 이용계약 중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계약이 체결되면 그 기간만큼 원저작물 이용계약이 연장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계약이 자동 연장되거나 원저작물 이용계약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계약이 별개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두 계약을 연계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저작권자가 원저작물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이익을 제한할 수 있다.


공정위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및 묵시적인 기간의 연장·갱신이 가능하도록 정해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사업자들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계약에 따른 계약 연장 문구를 삭제했다. 당사자가 합의한 경우 계약갱신이 되도록 하거나 자동갱신 조항을 둘 경우 사후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진 시정했다.


제3자의 권리 침해 주장이 있는 경우 등 불명확한 사유를 들어 사업자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구체화했다. 사업자들은 계약해지 사유를 구체화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진 시정했다.


아울러, 비밀유지 대상이 되는 정보를 ‘일체의 정보’, ‘본 계약의 내용’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은 비밀유지 대상이 되는 정보를 관련 법령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으로 구체화했다.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거나 법령에 의해 정보 제공이 강제되는 경우 등 예외를 규정함으로써 자진 시정했다.


또 샘플작업 계약대금을 별도 작품의 연재계약에 대한 선급금으로 전환하는 조항은 샘플작업에 대한 계약대금을 별도 작품의 선급금으로 전환할 시 당사자 간 사전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웹툰·웹소설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약관을 전체적으로 심사·시정해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계약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분야의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 또는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지 않도록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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