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리츠 본격 가동…지방 미분양 해소 ‘단비’ 될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5.20 07:00  수정 2025.05.20 11:03

대구 이어 광양 미분양 매입 착수…상반기 1800가구 해소 기대

사업장별 외부 투자자금 확보 ‘온도차’…효과 ‘제한적’

지방에 쌓인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도입된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뉴시스

지방에 쌓인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도입된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CR리츠를 통해 대구에 이어 광양 미분양 아파트 매입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다음 달까지 1800가구 규모의 미분양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은 최근 전남 광양 소재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한 CR리츠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지난달 말 JB자산운용이 대구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기 위한 1호 CR리츠를 등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은 시공사·시행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


지방에 적체된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CR리츠를 부활시켰다. CR리츠는 취득세 중과 배제,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이 제공되며 HUG로부터 감정가의 최대 70%까지 모기지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장은 CR리츠의 미분양 해소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먼저 설립된 1호 CR리츠인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CR리츠’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출자를 받은 게 아닌 미분양 매입 대상 단지의 시공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시공사가 CR리츠를 통해 자체 미분양 물량을 다시 떠안은 셈이다.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둔단 평가가 있는 반면 정부 지원 및 세제 혜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 처분을 지연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호 CR리츠는 지난 16일 대구 수성구 소재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미분양 288가구를 공매로 확보했다. 감정평가액의 83% 수준인 1255억원 규모다. 오는 6월부터 임대 운영에 들어가며 운용 기간은 5년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으니 미분양이 쌓인 업체들은 이런 정책 자금을 활용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가 더 커져야 하고 일부 이해관계자에 국한될 게 아니라 시장의 수요자들도 수월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식으로 보다 활성화가 이뤄져야 효과를 거둘까 말까하는 수준”이라며 “미분양을 속전속결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CR리츠는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CR리츠는 2호가 사실상 처음이다. 2호 CR리츠는 1호와 달리 외부 기관투자자 2곳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2호 CR리츠는 HL디앤아이한라가 시공한 전남 광양 ‘한라비발디’ 미분양 275가구를 편입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말 등록돼 7월 중 매입을 완료한단 방침이다.


이밖에 대구 2곳, 경북 경주, 경남 양산 등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기 위한 CR리츠도 영업 등록 신청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1800가구 규모의 CR리츠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R리츠 운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지만 지방 미분양 물량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점도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은 1년 전보다 6.1% 늘어난 6만8920가구 규모다. 지방에 전체의 76.0%인 5만2392가구가 집중돼 있다.


이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5117가구로 한 달 전 대비 5.9% 늘었다.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당장은 일반의 투자자금을 끌어모으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방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여러 정책·사업을 벌이거나 지원 방안을 새롭게 강구하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한 투자 유인책을 마련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리스크가 낮아질 수 있으니 투자자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본질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곳에 투자가 이뤄지기 마련이어서 리스크가 절감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을 평가한다면 고육지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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