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數)고 센(强) 중국 셀…결국 태양은 하나, 그 이름은 한화[기자수첩-산업]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5.26 06:00  수정 2025.05.26 06:00

한화큐셀, 세계 최초 탠덤 셀 관련 IEC·UL 국제 인증 획득

탠덤 셀, 기존 패널보다 발전 효율 최대 50%↑

그간 태양광 시장 장악했던 중국은 아직 실험 단계…한화는 내년 상용화

한화큐셀의 셀 제조공정. ⓒ한화솔루션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끝에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적은 말이다. 그의 전투함은 고작 12척이었다. 마주한 함대는 133척. 아무도 싸우라 하지 않았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역사에 길이 남을 '명량대첩'이란 기적을 만들어냈다.


현재 태양광 셀 시장에서도 이런 '12척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셀 시장은 실리콘 셀이 주류이며 그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진코솔라, 론지, 트리나솔라 등 중국 메이저 기업들은 고효율 실리콘 셀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격과 물량을 앞세워 저가 셀을 대량 공급해왔다. 기술과 가격을 모두 갖춘 강력한 경쟁자다.


한국 업체는 그보다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 시제품. ⓒ한화솔루션

그러나 중국의 가격과 물량을 넘어설 태양광 셀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은 최근 세계 최초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탑재 모듈에 대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미국 안전시험기관(UL) 인증을 받았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대비 광 흡수층을 이중으로 쌓아 효율을 높인 차세대 기술이다.


실리콘 셀의 효율은 보통 25~28% 수준으로 기술적 한계는 29%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화큐셀이 개발한 셀은 28.6% 효율을 기록했고 이론적 효율 한계는 44%에 달한다. 셀은 독일 비터펠트-볼펜 파일럿 라인에서 제조됐고 모든 공정은 양산 적용이 가능한 구조로 진행됐다.


중국도 탠덤 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코솔라, 론지, 트리나솔라 등이 33~34% 효율 수치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소면적 셀 기준이며 장기 신뢰성 데이터나 상용 모듈 인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즉, 중국이 기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셀 실험 단계'라면 한화큐셀은 '양산 가능한 제품'을 국제 기준으로 검증받은 상황이다.


이번 인증은 단순한 기술 성과를 넘어 실리콘 셀 효율이 한계에 다다른 시장 구조 속에서 '다음 단계'를 먼저 실현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상용화 단계에서 입증한 것이다. 중국과의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한화큐셀이 시장 주도권을 선점했다.


드디어 국내 태양광 산업에도 모처럼 따뜻한 볕이 비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도 대승을 거뒀듯 중요한 건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다. 한화큐셀은 이번 기술 인증으로 숫자를 뛰어넘어 본질로 싸우는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국이 수많은 셀로 시장을 뒤덮고 있지만 결국 태양은 하나다. 그리고 그 하나가 우리나라 기업 한화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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