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주화 운동권, 친사회주의·친북 성향은 위험한 수준
김문수, 과거를 반성하고 새 길을 찾자는 흐름 적응자
“박정희, 침을 뱉던 제가 이제는 당신의 무덤에 꽃을 바친다”
‘불행한 유산 정면에서 응시하고 대면했던 몇 안 되는 사람’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70~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두 개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나는 청운의 꿈을 포기한 채 청춘을 바쳐 헌신했던 고귀한 반독재투쟁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와 친북에 탐닉했던 몽상가의 모습이다.
1987년 6월의 승리는 양자가 기묘하게 결합하면서 가능했다. 사회주의의 한 분파로 주체사상파가 등장하고 주사파가 제기한 대중노선이 6월의 거리에서 대중과 공명을 불러일으키며 경찰을 무력화시켰다. 군대가 충돌하는 대신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면서 직선제라는 대정치 격변이 이뤄지고 직선제를 쟁취한 주역 중 하나로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이 주목받은 것이다.
6월 이후 북한과 연계하여 무엇을 해보려던 시도도 있었다.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과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었는데 199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가 역진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북한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던 시도는 간단히 좌절되었다.
지금은 의도적으로 잊혔지만 80년대 중반 민주화 운동권의 친사회주의, 친북 성향은 위험한 수준이었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기억되고 마땅히 ‘전향’되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과거를 적당히 묻는 방식은 정직하지 못한 또는 비겁한 타협이었다. 그들이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알면서도 민주화운동의 성역화를 위해 과거를 묻기로 집단 합의했다.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역사 왜곡에 가깝다.
2000년대가 되면서 상황이 명백해지자 민주화운동은 두 갈래로 분화되기에 이른다. 하나는 과거를 반성하고 새 길을 찾자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적당히 묻어둔 채 제도권에 적응하는 방향이었다. 대부분 386들은 후자에 해당했으나 김문수는 장기표·이재오 등과 함께 전자에 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운동권 경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태일 사망을 계기로 노동자의 길을 걸었던 청년대학생, 가혹한 고문에도 동료의 이름을 불지 않았던 불굴의 투사, 10억원에 달한다는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사양했던 청렴한 과거들이 들어 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또 다른 평가로는 과거 민주화운동의 삶을 부정하고 보수계열 정당을 통해 제도권에 입문한 것을 ‘변절’로 보는 옛 동료들의 진술도 있다.
필자는 여기서 김문수의 ‘변절’을 옹호하려 한다.
세월이 흐르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문수는 사회주의에 경도되었던 과거를 반성하는 것을 넘어 한국 현대사에 대한 성찰에 들어간다. 그중 박정희와 관련된 부분을 보자. 2019년 박정희 대통령 40주년 추도식에서 김문수는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정책에 대해 지금의 우리는 논쟁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2025년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현재 시점에서 중화학 공업화의 성과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70년대 초반 시점이라면 반대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에서 중화학 공업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화학 공업화의 성과가 뚜렷이 확인된 적어도 90년대 초반 무렵 이후라면 평가는 쉽다. 당시의 상황이 진실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운동권들은 진실과 사실보다 진영을 가르고 진영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내는데 유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산업화는 가능했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마지못해 박정희의 업적을 인정한다. 더 이상 반박의 여지가 없는 현실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변절자, 극우로 몰기 시작한다. 김문수가 그에 해당한다.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김문수의 생각 모두를 동의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는 민주화운동의 불행한 유산을 정면에서 응시하고 그와 대면했던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김문수의 변절을 옹호한다. 앞으로도 김문수와 같은 시도와 노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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