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에 中해커 주특기 백도어 악성코드
화웨이 장비 배제 후 중국 보복 의심
금전 아닌 정치적 목적 가능성↑
국내 통신 인프라 무력화 시도…동업자 인식 가져야
▲스포츠에서는 묻지 않아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른바 '불문율'이다. 야구에선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는 번트나 도루를 해서는 안 되고, 홈런을 친 타자가 과한 세머니를 해서도 안 된다.
축구는 쓰러진 선수가 나오면 볼을 밖으로 내보내 경기를 중단시킨 뒤 상태를 보거나 치료하게 하고 배구에선 결정적인 스파이크나 블로킹을 성공시켜도 네트 너머 상대를 바라보며 환호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승부의 세계가 냉정하다고는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심도 잃지 말자는 의도에서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이다.
그래서 복싱에서는 뒤돌아선 상대를 공격하면 안 되고, 사이클에서는 경쟁자가 사고를 당하면 가속하지 않는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동업자 정신은 중요하다. 최근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이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건을 자사 가입자 유치 수단으로 활용해 논란이 됐다.
이 대리점은 SK텔레콤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누군가 당신 집 도어락 번호를 알아낸 것처럼" 등의 부정확한 정보 유포는 물론 "승소 시 1인당 최대 30만원의 보상 가능성도 있다"며 법무법인의 집단소송을 무료로 대행해준다는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신규 가입자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리점 주인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가 해킹 사고를 겪은 때가 불과 2년 전이다. 공자님 같은 소리지만, 언젠가는 서로의 처지가 역전될 수도 있다. 통신 3사의 점유율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는 점을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이번 해킹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는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SK텔레콤이 5G 장비공급 업체 선정에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국가배후 해커집단이 정치·안보 목적으로 해킹을 진행했을 가능성이다.
해커 침입 시점이 묘하게 SK텔레콤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한 시기와 겹치고 있어서다. 해킹의 목적과 성격이 금전 탈취가 아닌 안보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해킹에 사용된 '버클리 패킷 필터'(BPF)도어는 중국계 해킹 그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보안에 소홀했던 SK텔레콤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해야 하는 법이다. 몇 명이 이탈했고 실적이 어떻고를 따질 일이 아니라, 통신업계 모두가 누가·어떻게·왜 이런 공격을 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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