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의사 능력 상실시 재산 즉시 동결
고령화 시대에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은행-보험사 연계 출시…실버타운 입소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인구가 124만명을 넘어서고, 그들의 자산은 1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법 상 자산이 있어도 갑자기 치매가 찾아오면 본인의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국내 치매환자는 12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재산을 뜻하는 '치매 머니' 규모는 15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되는 규모다.
현행 법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아 의사 능력을 상실할 경우 그 누구도 환자의 재산을 건드릴 수 없는 '동결 상태'에 빠진다. 이 때문에 돈이 있어도 꺼내 쓰지 못하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권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재산을 치매머니로 만들지 않게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떠오르고 있는 상품으로는 '신탁'이 꼽힌다. 신탁은 목적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을 금융사가 맡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건강하게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이 온전치 않아도 미리 정해진 조건 따라 관리가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에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고령화 시대에 가족 구조에 변화가 생기자 지난해 11월 관련 법을 개정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도입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교보생명은 재산신탁업 인가를 획득하고 신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과 '신탁'을 결합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컨대 종신보험 계약을 보험금청구권 신탁으로 설정하면 사망보험금이 사전에 지정한 방식에 따라 지급된다. 고령자의 경우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전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이용하면 '치매머니'를 방지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다양한 신탁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토탈 종합재산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사망 후가 아닌 건강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할 수 있다. 건강할 때는 신한라이프를 통해 생명보험 및 치매보험 가입을 연계해 주며 건강이 악화됐을 때는 신한라이프케어의 실버타운 가입 연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하나 리빙트러스트'는 치매에 걸려 의사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산을 지급 청구 대리인에게 지급해 병원비 등에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치매머니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치매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질병인 만큼 정부가 치매머니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할 때 신탁을 들어놓지 않아도 정부가 특수상황을 고려해 재산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며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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