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바이오] 현장에서 답을 찾은 실행가,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의 흑자 전략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01 06:00  수정 2025.06.01 06:00

책상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행형 CEO

엑스코프리 美 직판 기반 기업 성장 속도

지난해 일회성 수익 없이도 흑자 전환 성공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누군가(Who)의 이야기를 후(Who)련하게 파서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에 꼭 등장했으면 좋겠는, 혹은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인물이 있다면 제보 환영합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SK바이오팜

실행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끝까지 현실로 만드는 사람을 실행가라고 부른다. 전략과 비전이 쏟아지는 기업 세계에서 '행동으로 결과를 증명하는 리더'에게도 어울리는 호칭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형적인 실행가다.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자면 ‘집념의 실행가’에 가깝다. 이 대표는 적자의 압박 속에서도 국내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도전적인 미국 직판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내 주력 제품의 미국 매출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직접 발로 뛰는 ‘리더십’…다음 항로는?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미국은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소비국이지만 동시에 까다로운 규제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조차 고전하는 무대다. 그런 미국 시장에 이동훈 대표가 이끄는 SK바이오팜은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이동훈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MBA를 마친 정통 재무 출신이다. 삼정 KPMG 회계 법인을 거쳐 제약·바이오 업계에 입문했으며 2019년 SK그룹에 합류해 바이오투자센터장을 맡으며 M&A와 사업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계산기 두들기기에 특화된 숫자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 2023년 SK바이오팜의 수장으로 선임된 그는 말 그대로 ‘시장을 뛰며 실적을 만든’ 실행형 CEO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직판 구조는 일반적이지도 쉬운 선택도 아니었다. 직판 구조는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초기 비용과 리스크가 커 파트너사와 손을 잡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2020년 5월부터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에서 직판에 도전한 SK바이오팜 또한 ‘쓴 맛’을 경험했다. SK바이오팜은 2021년 일회성 기술료로 950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한 이후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실적 반등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미국 지사를 수차례 오가며 직접 영업 조직을 정비하고, 거래처 문을 두드렸다. 세일즈 조직과 함께 발로 뛰며 미국 직판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24년 엑스코프리 매출은 4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다. 기업 전체 매출은 5000억원을 넘겼으며, 연간 영업이익도 963억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 진입했다. 2021년과 달리 일회성 수익 없이 제품 판매로만 만든 실적이다.


2025년 1분기에도 이동훈호(號) SK바이오팜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1444억원, 영업이익은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49% 증가했다. 미국 엑스코프리 매출도 1333억원으로 47% 급증했고, 신규 환자 처방 수(NBRx)는 월평균 1600건을 넘기며 다시 한번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미국에 새로운 파이프라인 꽂기에 나선다. SK바이오팜은 연내 미국 시장에 추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지 영업 조직이 함께 팔 수 있는 분야로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안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또한 SK바이오팜은 지난 5월부터 미국 내 첫 DTC(Direct-to-Consumer) 광고 캠페인을 시작, 엑스코프리의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의 세일즈 중심 전략에 브랜드 전략까지 더해 시장 점유율을 보다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표는 소위 말하는 ‘책상 앞 전략가’가 아니다. 배 위에서 키를 잡고 돛줄을 당기는 ‘야전 지휘관’ 인 동시에 말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실행가다. ‘잘 만든’ 신약 세노바메이트 하나로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낸 SK바이오팜의 성장은 결국 이 대표의 ‘실행하는 리더십’에서 비롯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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