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 美 진출 코앞인데...하필 경쟁약 특허 만료?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07 06:00  수정 2025.06.07 06:00

케이캡 기반 HK이노엔 1조 클럽 진입 유력

경쟁약 보퀘즈나 특허 만료에 복잡해진 셈법

HK이노엔 케이캡 시리즈 ⓒHK이노엔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매출 1조 클럽 달성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쟁약 특허 만료가 다가오며 복제약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2019년 국내 최초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신약으로 출시된 케이캡은 HK이노엔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K이노엔의 지난해 매출은 897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케이캡은 단일 품목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하며 HK이노엔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케이캡의 매출은 2022년 905억원에서 2023년 1195억원, 지난해에 약 1688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HK이노엔의 전체 매출 2473억원 중 케이캡 매출은 476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안에 HK이노엔은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의 효자 제품인 케이캡의 매출 확대 기반에는 활발한 글로벌 진출이 있다. 케이켑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시장 진출은 물론 중국에서도 보험 급여 적용 및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케이캡은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FDA 승인 신청 이후 2026년 하반기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케이캡 실적 상승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이어 10번째로 FDA 문턱을 넘을 유력 신약으로 케이캡을 꼽고 있다.


그러나 케이캡 매출 증가와 글로벌 진출 확대 같은 호조에도 HK이노엔 주가는 크게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앞서 진출한 경쟁약 ‘보퀘즈나’의 물질특허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배경이 됐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P-CAB 치료제인 다케다제약의 보퀘즈나는 2028년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물질특허 연장은 미국 특허법에 따라 최대 2030년 4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나, 다케다의 현지 파트너사인 패썸은 지난해 12월 신약 독점권 5년 연장을 요청한 상황이다. 해당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보퀘즈나는 2032년까지 시장에서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케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보다 이르게 보퀘즈나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케이캡의 미국 진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보퀘즈나 특허 만료 이후에는 합법적인 제네릭(복제약)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쟁자가 보퀘즈나 하나였지만 물질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는 제네릭 등장으로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캡) 임상 3상 성공 발표 이후 급등했던 HK이노엔 주가는 미국 경쟁사 약물의 제네릭 진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며 약 14%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퀘즈나 특허 만료라는 불확실성에도 여전히 업계에서는 케이캡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케이캡 진출국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켑 진출국은 호주, 중동, 북아프리카 등 53개에 달한다. HK이노엔 곽달원 대표 또한 2028년까지 케이캡 출시 국가를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향후 추가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임상에서도 경쟁약 보퀘즈나를 앞서는 결과를 도출했다. 케이캡의 주성분인 테고프라잔의 약효 발현 속도는 1시간으로 PPI는 물론 보퀘즈나의 주성분인 보노프라잔(4시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케이캡은 정제, 구강붕해정 등 다양한 제형과 용량을 갖추고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LA C, D등급 한정 우월성을 보인 경쟁품과 달리 테고프라잔은 모든 LA A, B, C, D등급의 미란성 식도염 환자 2주차, 8주차 치료에서 우월성을 입증했다”며 “케이캡이 P-CAB 중 베스트 인 클래스로써 보여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경쟁약과의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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