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사양관리로 비용 절감…도체중·등급 모두 상회[축산업 혁신 ⑧]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6.16 07:00  수정 2025.06.16 07:00

사료값 급등기, 자가 TMR로 사료비 약 30% 절감

한우 평균 도체중·1+등급 이상 출현율 모두 상회

성장 단계 맞춤 사양관리·심리 안정 통해 성적 개선

석청농장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우농가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70%라고 한다. 특히 곡물 가격 상승기, 수입 조사료 가격 인상기에는 사료비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우 1두를 출하할 때까지 약 1t 사료를 급여하는데, 이때 사료비만으로 수백만 원이 들어가게 된다. 사료비는 한우 농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한우 도매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은 감소하고, 사료가격은 올라가는 상황이다. 한우가격이 1kg당 1만 원 초반으로까지 떨어진 시기에는 두당 적자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한우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낮추는 노력은 단순 경영비 절감이 아니라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이에 대전 석청농장은 완전배합사료(TMR)를 직접 제조해 급여하면서 ‘사료비 절감’, ‘성장 단계별 영양분 공급’을 도모하고 있다.


비닐 보관 중인 베이스 사료.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농산부산물·자가 조사료 혼합해 제조…사료비 30% 절감 효과


백석환 석청농장 대표는 사료비를 줄이기 위해 TMR을 직접 제조·급여하고 있다. 옥수수, 비지, 엿밥 등 농산부산물과 볏짚, 알파파, 티모시 등 조사료에 비타민, 소금 등 첨가제를 더해 제조한다.


석청농장은 자가 조사료 확보를 위해 약 1만 5000평 규모 재배지를 운영하고 있다. 영양보리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혼파한 7500평, 호밀 8000평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보리 14t, 호밀 15t 조사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TMR은 석청농장에 있는 한우 약 120마리에 전부 급여되고 있다.


석청농장의 자가 TMR은 소 성장 주기별로 다르게 급여하고 있다. 송아지 21일 이후~생후 5개월까지는 ‘송아지 사료 TMR’을 제조해 주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14개월까지는 육성 TMR 사료를 따로 급여한다. 이후 생후 14개월부터 31개월까지는 조사료 비율, 조단백질 등으로 다르게 한 TMR을 준다.


백석환 대표가 TMR을 직접 제조·급여하기 시작한 건 1997년 외환위기부터다. 환율이 급등해 수입 조사료 가격도 상승했다. 당시 kg당 2000원이었던 사료가 2배가 넘는 500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사료비는 급증했는데 소비는 부진해 한우 출하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1997년 외환 위기 때 사료비는 비싸고, 한우 가격은 급락했다”며 “그때 자가 TMR을 결심했다. 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또 한우농가에 올 텐데, 그럴 때마다 고환율 등 위기를 그대로 겪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직접 제조한 사료가 너무 비싸 오히려 수익이 낮아지기도 했으며, 영양분 등이 적절치 않았는지 소가 병에 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러 시도를 해본 끝에 점차 TMR 제작이 원활해졌으며, 2018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TMR 배합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부연했다.


석청농장 TMR 급여 시 한우 1마리당(거세우, 31개월 기준) 사료비는 약 300만원이다. 이는 전기요금, 장비 원가삼각, 인건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한우 생산정보 모니터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장의 평균 사료비는 두당 약 444만 원으로 조사됐다.


농장 평균 두당 사료비보다 석청농장의 TMR 사료비가 약 30% 낮다.


석청농장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도체중·1+등급 출현율 모두 상회…맞춤 사양관리 입증


TMR 사료를 통해 영양분을 적절하게 공급하니, 출하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올해 석청농장은 현재까지 총 13두를 출하했다. 도축 성적은 도축 월령 31.1개월, 도체중 495.8kg, 근내지방도 7.4, 1+등급 이상 출현율 100%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우 생산정보 모니터링에 따르면 거세우 기준 출하 평균 성적은 출하 월령 30.7개월, 도체중 482.7kg, 1+등급 이상 출현율 76.2%로 조사됐다.


올해 석청농장 출하 성적은 도체중, 1+등급 이상 출현율이 지난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이외에도 송아지 시기부터 심리적 안정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한우농가에서 소를 편안하게 해주는 이유는 단순 동물복지 차원을 넘어, 생산성과 등급 향상, 질병 예방 등 농장 전체 수익성과 직결된다.


특히 편안한 환경에서는 사료를 더 많이, 더 잘 씹게 된다. 이는 사료 효율성(kg당 증체율)을 높이고 성장 속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 편안한 소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 충돌이나 외상 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어든다.


백석환 대표는 송아지 고정틀을 직접 제작해 사용 중이다. 생후 1개월부터 3개월까지 백신 접종 시 사용할 때, 직접 제작한 고정틀을 이용하고 있다. 밧줄을 이용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행위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해가 떠 있을 시기에 농장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낙타를 돌보지 않는 어미 소에게 마두금 연주를 해주니, 육아를 시작했다는 내용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실제로 농장에 노래를 틀어놓으니 소들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백석환 대표는 설명했다.


백석환 대표(오른쪽). ⓒ백석환 대표 제공

백석환 대표는 “사람도 잘 먹고 잘 자야 피로가 풀리듯, 소도 마찬가지다. 편안히 쉬고 잘 먹으면 잘 자라는 것”이라며 “무작정 급여량을 늘리고 소를 살찌우는 방식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아지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고정틀을 직접 만든 것처럼, 농가들도 농장을 운영하면서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 지속 고민해야 한다”며 “생산비, 경영비를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을 농가들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몇 년 전 한우시장이 호황이었을 때가 있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 부진, 인구감소 등 영향으로 향후 몇 년 사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도 유통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농가들도 또 위기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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