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선옥 아커드 디자인 총괄부장 인터뷰
대한제강 사내벤처로 출발한 워크웨어 브랜드 ‘아커드’
현장 맞춤형 설계와 감각적인 스타일로 MZ세대 호응 높아
"현장 세대 교체 이뤄져…'안전'과 '트렌디' 함께 담아"
'거칠다', '투박하다', '안 예쁘다'.
'워크웨어(Work Wear)', 즉, '작업복'을 떠올리면 드는 느낌들이다. 작업할 때는 편안하지만, 투박한 디자인 탓에 디자인을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는 여전히 '촌스럽고 올드한' 옷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작업복을 둘러싼 이같은 '편견'에 도전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워크웨어 전문 브랜드 '아커드(ARKERD)'다. 아커드는 애초에 브랜드를 기획하고 론칭하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었다. 대한제강의 사내 ESG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박상목 팀장은 현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대한제강 직원 80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작업복’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기에서 착안해 '작업복'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단순히 자사 직원들에게 안전한 작업복을 공급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이는 2022년 워크웨어 브랜드 아커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아커드는 자사를 넘어 국내 모든 현장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작업복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또한 그 여정 중 하나다.
데일리안은 지난 10일 이 여정 속에서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오선옥 아커드 디자인 총괄 부장과 만났다.
오 부장은 국내외 브랜드에서 20여년간 경력을 쌓아온 디자이너다.
프랑스 파리에서 모델리스트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AICP를 수료한 뒤 2003년 올스타일, 박윤수부띠크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아뜰리에, 하이더아커만 등 국내외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좋은사람들’, ‘세정과미래’ 등 국내 대표 패션기업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해 오던 그녀는 2021년부터 워크웨어 브랜드 아커드에 합류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
오 부장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아커드 쇼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커드'가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오 부장은 "예쁜 옷을 잘 갖춰서 입고 다니면 일상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현장에 들어갈 때 갖춰진 옷을 입고 들어가면 '안전하게 일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커드는 작업복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는 것에서 시작했다"며 "기존의 작업복을 완전히 탈피하자가 아커드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워크웨어'를 맡게 된 것은 아커드가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디자이너로서도 만족을 하고 작업자들도 만족을 하고, 이분들이 일을 할 때도 자신감이 있고, 오프일 때 입어도 외부에 다닐 수 있는 형태가 어떤 것일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장에서는 MZ세대로 세대가 교체되고 있고 이들은 기존 세대처럼 기업에서 주는 대로 입는 세대가 아니다"며 "그렇다면 안전과 보호라는 기능적인 부분을 디폴트 값으로 하면서도 트렌디한 부분을 가져간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자존감도 높아지지 않을까 했던 게 아커드가 작업복에 접근한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아커드의 이러한 고민이 통했던 것일까. 아커드 작업복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도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MZ세대 근로자들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오 부장은 "업체들 미팅을 해보면 담당자들이 대부분 MZ세대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피드백이 들어오고, 그 피드백을 반영하다 보니 당연히 해당 세대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커드 디자인팀은 감각적 디자인과 실용성 그리고 안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해 고객사에 대한 철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 부장은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작업자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필요한 기능을 어떻게 심미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아커드는 각각의 작업 환경에 맞춰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작업복은 겨드랑이 부분에 단순히 통기성을 위한 아일렛 구멍을 뚫는 정도였지만, 현장에서는 메시 소재를 덧대거나, 실제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는 배출이 잘되도록 플랩 구조를 요청하기도 한다"며 "철강처럼 고위험 산업군은 저도 처음 접했는데, 들어보면 모두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를 들어 소매 끝에 비조를 추가하거나 조임 구조를 넣는 것도, 작업 중 분진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요청이었다"며 "단순히 디자인 요소를 넘어서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한 디테일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장은 "볼펜 꽂이 위치 하나만 해도 그냥 가슴에 달면 될 것 같지만, 실제 작업자들은 몸을 굽히거나 팔을 움직일 때 불편함이 없도록 더 아래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작업복은 일반복과 달리 바지 안에 넣어 입는 경우가 많아 포켓 위치 하나도 세심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은 요청처럼 들리지만 이런 세세한 디테일들이 쌓여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탓인지 아커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한제강의 경우 10년간 중대재해를 포함해 매년 4건 정도의 사고가 났지만, 아커드 제품을 사용한 이후 4년간 전체 합쳐서 1건 정도의 사고가 나는데 그쳤다. 사고율이 약 80% 가량 감소한 것이다.
끝으로 오 부장은 향후 아커드 디자인팀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기존에 아버지 세대나 삼촌 세대가 입었던 작업복 무드를 조금 더 멋있는 무드로 교체하고 싶다. 아커드가 작업복 문화를 바꿔놓겠다. 아커드가 우리의 직종에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다"는 힘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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