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인터뷰
“미중 갈등에도 실질적 협력 이어가야” 조언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혁신성과 협력 의지를 확인하려는 해외 파트너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위기 속에서 K-바이오의 저력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속에서도 K-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 회장은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과 전략적인 R&D 지원, 그리고 AI 기술과의 융합을 K-바이오의 미래 성장 해법으로 꼽았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USA 2025’ 행사장 인근 호텔에서 노연홍 한국 제약바이오협회장 인터뷰가 진행됐다. 노 회장은 최근 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미중 갈등에 대해 ‘신중하되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노 회장은 “정부 정책과 별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여전히 중국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도입하고 있다”며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이므로 정부 간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기업 대 기업 차원의 실질적인 협력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약품 공급망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노 회장은 “원료의약품의 높은 중국·인도 의존도는 미중 관계 이전부터 이어진 문제”라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이는 것은 국제 정세와 무관하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K-바이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정부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신약 개발은 철저한 규제 산업이지만 기존의 패러다임 만으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 바이오 분야 만이라도 네거티브 규제(원칙허용·예외금지)를 도입해 혁신의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R&D 지원 방식의 변화도 촉구했다. 노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자본의 한계로 부가가치가 높은 최종 상업화 단계 이전에 기술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R&D 지원이 현재 15% 수준인 산업계 직접 지원 비중을 반도체(45%) 수준으로 높이고 특히 후기 임상에 집중된다면 기업들이 끝까지 신약을 개발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합당한 약가를 받아야 해외 시장에서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며 혁신 신약 가치의 국내 인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는 AI를 꼽았다. 노 회장은 “AI 신약 개발 분야는 아직 선진국과 격차가 크지 않고 IT와 데이터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가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AI 기술을 모든 산업에 균등하게 투자하기보다 바이오처럼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AI, 양질의 데이터, 우수한 두뇌가 결합될 때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연홍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바이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대통령 및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들의 활동이 현재 일시 정지 상태라고 진단하며 향후 K-바이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효율적인 정책 거버넌스가 조속히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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