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후광 입은 딤프, ‘제2의 어쩌면 해피엔딩’ 찾기 열풍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6.21 14:30  수정 2025.06.21 14:30

딤프 창작지원작 예매율 전년 대비 30% 급증

K-뮤지컬 산실 역할 기대감 고조

제19회 DIMF 창작지원작 라인업 ⓒDIMF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이 20일 개막한 가운데, 유독 ‘창작지원작’을 향한 관심이 여느 해보다 뜨겁다.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 등 6관왕을 수상한 것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어쩌면 해피엔딩’과 딤프의 연결고리는 작품을 이끈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다. 이들이 처음으로 협업의 기회를 가졌던 것이 2012년 제4회 딤프였다. 당시 딤프가 추진해오던 딤프 창작지원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작에 참여한 ‘번지점프를 하다’는 당시 국내 뮤지컬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두 사람을 협업을 이어오다 ‘어쩌면 해피엔딩’까지 이어지면서 브로드웨이에서 결실을 본 것이다.


특히 작곡을 맡은 윌 애런슨은 딤프와 인연이 깊다. 윌 애런슨은 2008년 제2회 딤프 창작지원작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의 작곡가로 데뷔했으며 창작지원작 중 대상 격인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다.


딤프 측은 이번 토니상 수상이 두 창작자의 탁월한 역량과 오랜 협업의 성과이자, 그들이 꾸준히 창작의 기반을 다져올 수 있었던 다양한 무대와 기회들의 여정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의 성과가 인정받는 이 순간 딤프는 둘의 시작을 함께한 동반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창작자 윌 애런슨과 박천휴 콤비의 시작이 딤프를 통해 이뤄졌고, 이들이 함께 성장하며 세계적 성공에 이른 지금 딤프는 앞으로도 더 많은 창작자의 ‘첫 만남’과 ‘첫 무대’를 만들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의 ‘성공 신화’는 곧장 올해 딤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딤프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선보이는 창작지원작 5편의 평균 예매율은 예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증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스타 캐스팅이 부재하고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창작 초연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올해 딤프는 공식초청작 8편, 특별공연 3편, 창작지원작 5편 등 총 29편의 풍성한 라인업으로 관객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미래의 K-뮤지컬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꼽히는 창작지원작 5편은 치열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 만큼, 저마다의 개성과 탄탄한 작품성으로 무장했다.


올해 선정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을 묵직하게 다룬 법정 드라마(‘시디스 잊혀질 권리’)부터 전란 이후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퓨전 사극(‘갱디’), 얼굴 없는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추적하는 유쾌한 상상극(‘셰익스피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감성 팝 뮤지컬(‘히든러브’), 악몽을 이겨내는 소녀들의 환상적인 여정을 담은 가족 뮤지컬(‘요술이불’)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창작뮤지컬들이 준비됐다.


이들 작품은 딤프 기간 동안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평단의 평가를 받게 된다. 딤프는 창작뮤지컬 발굴을 위해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에 앞서 전문가 멘토링, 리딩 쇼케이스 등 단계별 지원이 이뤄지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제공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대부분 이 같은 지원을 통해 탄생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상업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창작자에게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무대를 제공하고, 가능성 있는 작품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딤프의 역할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허리를 얼마나 튼튼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그만큼 창작 지원 프로그램은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다. 단순히 스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재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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