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모빌리티 과제 산적… "관세 여파 상쇄 우선"
기업 R&D 지원 및 세제 혜택 강화… 노조법 재검토 건의
"자동차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특별법 실효성 없어"
미국발(發) 자동차 관세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타격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힘 세워주기'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제조업을 이끄는 주요 산업으로서 한국 경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기업들의 숨통을 띄워주는 강력한 지원책이 우선돼야 자동차 산업 전반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24일 서초 자동차회관에서 '신정부에 바라는 자동차산업 정책과제'를 주제로 제42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포럼을 개최하고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곧 국가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산업'으로, 약 150만 명에 이르는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며 우리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미래차 주도권 확장,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내수 회복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자동차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에 처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해법을 모색했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미래차 주도권 확장,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됨과 동시에 국내 생산기반 위축과 내수 회복세 둔화, 부품업계 경영 불안 등 복합적인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자는 취지다.
강 회장은 "부품업계의 수익성 둔화, 투자 위축, 고용 불안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내수 활성화, 미래차 전환, 통상 대응,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위기를 불러일으킨 건 단연 미국의 자동차 관세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이어 5월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를 적용했다.
대미 수출 품목 1위였던 자동차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수출 부진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09억 달러로 전년 533억 달러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동차 대미 수출은 3월 27억8000만 달러(-10.8%), 4월 28억9000만 달러(-19.6%), 5월 25억2000만 달러(-27.1%) 등으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국내 자동차 총생산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이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과 국내 생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 5월 대미 수출 물량은 총 7만7892대로 작년 동월(9만9172대)보다 2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국발 관세로 짙어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들의 현지화 투자 확대를 돕고, 제도적 인프라 지원을 병행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투자가 아닌 미국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실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진출기업에 대한 금융·보증지원 확대, KOTRA 연계 현지 애로 해소 창구 마련 등 대외 리스크 대응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보다도 더 큰 위기에 직면한 국내 부품업체들의 생존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안도 이어져야할 것으로 봤다.
실제 국내 주요 부품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자금부담증가(28.2%)', '관세 부담액 분담 우려(26.6%)'가 꼽혔으며, 정부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감축 협상(43%)',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리스크 대응(20.2%)', '현지 진출 지원(18.7%)' 등 실질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은 "미래차 전환을 위한 중소·중견 부품기업의 투자 역량과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장기 저리 금융, R&D 투자 확대, 고용보조금 신설 등 맞춤형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 맞춤형 위기 전략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지원돼야할 것으로 봤다. 미국 수출량 하락으로 줄어든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늘리고, 전기차 보조금 확대, 수소화물차 보조금 전액 국비 편성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다.
김준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전기차 수요 둔화, 미국 고율관세 등 복합 위기로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민간의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제 및 제도적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며 "신정부는 자동차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내수와 고용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기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면서 "연장근로시간 총량규제 개선 등의 노동유연성 확대와 노사 갈등을 확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제정된 이른바 '미래차 특별법'의 실효성과 관련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미래차 특별법은 전기차나 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으로, 특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 부품업계에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술의 진화가 가속화되면서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SDV)와 인공지능 기술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조성과 부품업계의 기술 전환 대응력 제고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차 부품산업 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실질적 예산 반영이 미흡해 정책 실효성이 낮다"며 "관련 예산 확대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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