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배경의 궁중 암투 또는 치정극으로 독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웹툰이 영상화 시동을 걸었다. 장르 그대로, 배경도 전개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로, 이에 영화, 드라마화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결국 영상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 적당한 ‘변주’를 주기도 하지만,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겠다고 자신해 우려를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월화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하 ‘남주의 첫날밤’)을 비롯해 배우 신민아, 주지훈의 출연으로 관심을 받은 ‘재혼황후’, 수지가 출연을 검토 중인 ‘하렘의 남자들’, 차은우·한소희가 활약하는 ‘악녀는 마리오네트’까지. 웹툰과 웹소설의 인기 한 축을 차지 중인 ‘로맨스 판타지’가 줄줄이 영상화를 확정했다.
중세 유럽 또는 서양 궁중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내기보다는, 판타지적 세계관 안에서 남녀 주인공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감정을 나누는 ‘클리셰’를 통해 ‘대리만족’에 방점을 찍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젊은 여성들의 지지는 탄탄하지만, 배경 및 소재가 다소 낯설어 수년째 웹툰·웹소설 원작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로맨스 판타지를 원작으로 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러나 ‘남주의 첫날밤’을 필두로 톱스타들까지 대거 출격하며 로맨스 판타지 영상화에 힘을 보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주의 첫날’은 서양에서 가상의 조선시대로 배경을 바꿔 한계를 극복하는 모양새다. 평범한 대학생 차선책(서현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최애’ 로맨스 소설 속으로 들어가 ‘집착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사극 형식으로 풀어내며 ‘낯선’ 느낌을 최소화한 것. 다만 ‘재혼황후’는 배경은 물론, 서양식 이름 등도 그대로 살린다고 알려져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이어진다. 작품의 팬들 또한 ‘실사화’로 해당 작품을 접했을 때 다소 낯설거나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곤 하는 것.
물론 로맨스 판타지 작품을 배경 그대로 옮겨온 작품은 보기 힘들지만, 이미 웹툰·웹소설이 원작으로, 또 소재로 활발하게 쓰이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남주의 첫날밤’은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소설 주인공에 ‘빙의’하는 설정으로 웹툰·웹소설 감성을 그대로 살렸으며, 앞서 ‘손해보기 싫어서’의 스핀오프 드라마 ‘사장님의 식단표’에서도 주인공이 19금 웹소설에 빙의하는 내용으로 웹소설 마니아들의 감성을 저격했다.
원작 특유의 만화적 감성을 그대로 살린 액션 드라마가 팬들은 물론, 대중들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는가 하면 웹툰·웹소설 단골 소재였던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소재가 영화·드라마에서도 적극 활용된 만큼, 이제는 시청자들도 ‘무리 없이’ 로맨스 판타지의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소재적으로도, 표현적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얼마나 신선하고 또 흥미로운지를 ‘즐겨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작품들이 성공한다면, 장르적으로도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을 탄생시켜야 하는 만큼, 제작비 대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들의 우려처럼, 비주얼적으로 어설프게 작품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장르물을 완성도 높게 구현해 낸 경험들이 있지 않나”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켜야 하는 만큼, 큰 제작비가 투입이 될 것 같다. 로맨스 판타지 감성이 젊은 여성들을 겨냥하는 작품인데, 얼마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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