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이 끝? 이제 시작"…'李대통령식 인선' 송곳검증 벼르는 국민의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6.26 04:05  수정 2025.06.26 04:05

'11개 부처 장관' 인선에 "논공행상 우선"

'김영훈·전재수 장관 후보자' 등 주목

거대여당에 맞설 '여론전'의 장, 설익은

공세 '금지령'…"도덕성·전문성 철저 검증"

여야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이번 장관 인사를 '불합격'으로 판단한 만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파악하겠단 입장에서다. 아울러 이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자료도 증인도 없이 사실상 '맹탕'으로 치러졌음에도, 제기된 의혹들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새 정권과 여당에게 물음부호를 붙이는데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거대여당에 맞서기 위한 여론전에 청문 정국이 제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지명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청문회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참여하게 되는 청문회는 총 10개가 된다.


송 장관을 포함해 이 대통령이 이번에 지명한 장관 후보자는 △배경훈 LG AI 연구원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현 전 외교부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 특명전권 대사(외교부) △정동영 민주당 의원(통일부) △안규백 민주당 의원(국방부) △권오을 대한민국 헌정회 부회장(국가보훈부) △김성환 민주당 의원(환경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고용노동부) △전재수 민주당 의원(해양수산부) △강선우 민주당 의원(여성가족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중소벤처기업부) 등이다.


이번 장관 청문회는 각 상임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에 해당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장관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전문성·도덕성을 상임위 회의장에서 질의할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가장 큰 잡음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김영훈 전 민노총 위원장이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환경노동위원회다. 환노위는 김 후보자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성환 의원의 자질 역시 함께 검증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와 가장 큰 대립각을 세울 부분은 정책이다. 특히 김 후보자가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만큼, 전 정권에서도 숱한 논란을 낳았던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이견 차이가 극명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에서 추진한 노조회계 공시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양대 노총의 요구에 김 후보자가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와 참여하는 곳들은 왜 참여하는지 등을 잘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를 둘러싼 갈등도 첨예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후보자가 민노총 출신이란 점을 두고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를 향한 공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민노총 출신 김 장관 후보 지명은 이 정부가 민노총과 '공동정부'를 자처한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며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52시간제 같은 '민노총의 청구서'가 정부 정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노총 위원장 출신 인사를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한 건 야당의 눈치 보지 않고 정면으로 한 번 붙어보겠단 걸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장관 후보자가 산업계와 노동계 간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고 나갈 것인가와 이 대통령과 어떤 관계인가를 검증하는게 제일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대통령실

해수부 장관으로 지명된 전재수 의원의 검증을 담당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역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벼르고 있는 곳이다. 가장 큰 이슈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다. 전 후보자는 부산에서만 3선에 성공한 의원 출신이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장우 대전시장과 면담하면서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갑자기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우리 행정 제도의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분명히 역작용이 나온다"며 "시민과 해수부 공무원들, 관계 기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결정해야 하는데 너무 졸속으로 하는 거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각 상임위별 이슈들을 포함해 국민의힘이 이번 청문 정국에서 정조준하고 있는 건 이번 인사가 이 대통령의 보은 인사라는 점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전문성보단 이번 대선 승리에 일조한 후보자들을 지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청문회를 통해 증명하겠단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와 같은 느낌"이라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대변인 역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5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널리 전문가와 인재를 구하는 대신, 그들만의 리그에서 전리품을 나눠 갖는 행사였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청문 정국이 거대여당과의 세 싸움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감지된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와 관련한 다수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국민적인 반감을 이끌어 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를 반복하겠단 입장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없는 문제를 만들겠단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인사들을 지명한걸 확실하게 하겠단 것"이라며 "각 의원들마다 각자 전략이 있을테지만 요청서가 넘어오면 상임위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해가며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만약 국민 다수가 공감할 만한 결격 사유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거대여당과의 세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한 여론전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의 장관 임명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초기에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번 정권 내내 끌려다닐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에 당내에선 불합격점을 매긴 실제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후보자들을 낙마시킬 수 있을지는 국민의힘 자신들의 역량에 달렸단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후보자들 면면을 보면 검증을 잘 하면 여론이 들끓을 수 있고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양날의 칼처럼 보인다"며 "지난 정권에서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트집 잡겠다고 별 이상한 소리가 다 나왔던 걸 이미 봤던 만큼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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