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청문회 종료… 3일 인준 강행 수순
李대통령 '협치 표방'에도 강대강 대치에
민주당 과반 의석 앞세워 단독 강행 전망
장관 인선 속도전… 국민의힘 견제력 한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회 시정연설 직후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전 환담에서는 "이제 을(乙)이다.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라며 몸을 낮췄지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되레 격화되는 양상이다.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증인 없는 '반쪽 청문회'로 마무리된 데 이어 29일까지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준 표결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표면상 '협치'를 내세우면서도, 청문회 제도와 절차가 사실상 형식만 남은 채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 인준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러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까지 본격화되면서 이 대통령의 협치 구호와 달리 이번주 정국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장 30일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회를 요청했다. 우 의장은 여야 협의 처리를 주문하며 30일 본회의를 여는 것은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여야 협상이 불발될 경우 내달 3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한다는 방안은 제시했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늦어도 이번 주 목요일 본회의에서는 총리 인준안이 반드시 표결돼야 한다"며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여야 협의를 서둘러 달라"고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 24~25일 양일간 진행됐다. 하지만 증인이 1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각종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 미비, 여당의 엄호 중심 질의 속에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시한인 이날까지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민주당이 인준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고 단독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과 시정연설을 위한 국회 방문 등에서 국민의힘의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를 반복적으로 전달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명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대선 불복' '국정 공백 방치' 등의 프레임을 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인 167석을 확보하고 있어 인준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본회의 표결에서 이를 저지할 뚜렷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은 여론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국회 청문회와는 별도로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 자리를 마련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24~25일) 이틀 간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감만 남겼다"며 "30일 오전 11시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김민석 후보자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국민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이틀 간의 국회 청문회는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라며 "청년, 탈북민, 분야별 전문가 등 국민청문위원들을 모시고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 가겠다. 끝까지 간다"고 적었다. 이대로 김 후보자 인준안이 통과하면, 이달 내내 이어질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준 국면이 '협치'의 시험대였지만, 사실상 청문회는 파행과 강행의 흐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남은 장관 인선에서도 야당과의 협의보다 대통령실이 준비한 인사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려는 기류가 강해질 공산이 크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지명했다.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지 않은 부처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두 곳으로, 17곳의 인선(16곳 후보 지명·1곳 유임)이 이뤄지며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구성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인사와 관련해 신속성을 강조했다"며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시스템의 회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임을 강조하면서 신속한 현안 파악과 해법 마련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방·외교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를 발표하며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왔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유임됐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안규백 민주당 의원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을 지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는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보훈부 장관 후보자에는 권오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 의원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김성환 민주당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강선우 민주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전재수 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명했다.
이날 추가적으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성호 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각각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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