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저가 주류 수요 확대에 발맞춘 전략
하이트·오비 등 기존 강자와 경쟁 불가피
Z세대 중심 가성비·가심비 소비층 공략 본격화
신세계L&B가 신규 발포주로 이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여름, 마케팅 전쟁의 한 축이었던 ‘레츠’는 단종됐지만, 올해는 더욱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발포주 시장에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L&B는 발포주 ‘코퍼윅(KOPERWIEK)’을 출시했다. ‘코퍼윅’은 스페인 최대 맥주 제조사 ‘담(Damm)’ 산하 브루어리에서 제조한 발포주 제품이다. 전국 최저가 수준인 5캔 5000원으로, 전국 GS25 매장에서 판매한다.
앞서 작년 2월 신세계L&B 레츠는 국내 발포주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았다. 주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부진한 제품을 정리했다. 다만 다른 발포주 제품군은 계속 판매하며 발포주 사업 자체를 접는 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여름철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신규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GS와 같이 기획해 단독 수입한 상품으로 기존 발포주 대비 월등하게 높은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발포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라거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2% 수준에서 올 상반기 기준 9%로 올랐다. 전체 발포주 시장은 2018~2024년 연평균 약 3.2% 성장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가 상승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9% 오르며 5개월 만에 1%대로 진정됐지만,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헤드라인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체감 물가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맥주 가격만 봐도 줄줄이 올랐다. 원재료비 상승과 고환율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했고, 하이트진로도 테라·켈리 등의 출고가를 평균 2.7% 올렸다.
발포주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전년 동월 대비 발포주(필라이트, 필굿) 매출은 10.7% 성장했다. 같은 기간 GS25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22.6%, 5%의 신장세를 보였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올해 발포주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까닭에 기타 주류로 분류, 1ℓ당 300원 수준 세금을 적용한다. 맥아 함량이 낮을수록 주세가 싸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 발포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독점하고 있다. 업계의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발포주 시장의 약 80% 근접하는 M/S, 전국 가정채널에 90% 이상의 취급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개인슈퍼 등 전 채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처음 발포주 시장을 개척한 하이트진로는 2017년 ‘필라이트’, 2018년 ‘필라이트 후레쉬’, 2019년 ‘필라이트 바이젠’, 2020년 ‘필라이트 라들러’, 2021년 ‘필라이트 자몽’ 등 매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필라이트 브랜드는 뛰어난 가성비와 품질력, 캐릭터 마케팅이 조화를 이루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와 혼술, 홈술족의 지지를 받았다.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가정시장(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출시 4년5개월 만에 12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도 하이트진로는 성장세를 가속화 하기 위해 필라이트의 활동을 더욱 다양화할 예정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시대를 맞아 가성비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점차 다양화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포주 카테고리 및 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 클리어 출시로 깨끗하고 깔끔한 맛을 추구하는 타겟 대상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M/S(시장점유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필굿은 대형마트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인 대용량 묶음 할인 판매 행사를 전국 단위로 지속하는 한편, 젊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와 홈술족들을 겨냥한 굿즈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발포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며 “Z세대의 실용 중시 문화와도 잘 맞아 떨어지면서 제조사들 역시 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품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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