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도 최대 6억원 제한 조치에서 빠져
관리 맹점 속 부동산 매수 나설 수 있는 외인
시장 불안 변수로...“상호주의 원칙 적용해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았지만 외국인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역차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핵심지를 노리던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끊겼다”는 하소연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관리 사각지대 속에서 부동산 매수를 지속할 수 있어 불공정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 강화 조치에도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의 경우, 주택 구입시 자국에서 자금을 마련해 오는 경우가 많아 내국인이 주로 활용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또 내국인과 달리 가족관계나 다주택 여부도 파악하기 어려워 다주택자 중과세 등 세금 규제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 때마다 제기돼 온 ‘외국인 특혜-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이번에도 불붙는 모습이다.
현금 싸들고 119억 주택 구매...외국인 매수↑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주택·집합상가)을 매수한 외국인은 6569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4387명(66.8%)으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매수자가 전체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크지 않지만 증가세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1월 833건이던 외국인 매수세는 2월 1011건, 3월 1090건, 4월 1247건, 5월 1257건까지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2년(1만681명) 저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늘었다. 이들 외국인 매수의 73.5%(4827건)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도)에 분포됐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한 중국인이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으로 서울 성북구 단독주택을 119억7000만원에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달 40대 우즈베키스탄인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244㎡를 74억원(26층)에 매입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8년에 대통령실에서 약 2km 거리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부지를 직접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부동산 안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보유한 집을 전·월세를 놓는 외국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외국인 수도권 임대차 거래 건수는 약 156만건으로 전체 1%에 달했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외국인 임대인 계약 건수는 7966건으로 1년 전(4627건)보다 확대됐다. 실거주 목적보다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사고도 빈번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3년 8개월(2021년~2024년 8월)간 외국인 집주인 전세보증사고는 총 52건(사고금액 약 123억4000만원)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에는 보증사고가 3건(5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전세보증사고를 내고 본국이나 타국으로 도주하면 대위변제금 회수를 위한 채권 추심과 수사기관 등의 수사조차 어렵다.
공급절벽 초읽기...외국인도 규제 받아야
문제는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사고 파는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주담대를 받거나 다주택자 신고를 한다면 원칙적으로 내국인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에서 자금을 마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족관계나 다주택 여부도 파악하기 어려워 다주택자 중과세 등 세금 규제도 회피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6억원 대출 한도 역시 해외에서 자금을 마련한다면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특히 내년부터 수도권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자본력을 지닌 외국인들이 투기 지역에 유입된다면 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외국인 부동산 매매시 ‘상호주의’를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중국인들은 국내 아파트를 제약 없이 취득할 수 있지만 한국인은 중국 현지에 1년 이상 체류해야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외국인토지법’에 명시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도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대해 상대국 규제 수준에 비례해 제한을 둬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현재로선 상호주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령과 세부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조치가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에서 먼저 움직였다. 국회에는 이미 상호주의 의무화를 포함한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 법안 등이 발의됐다.
한편, 서울시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 신고 시 자금 조달 자료검증과 이상거래 정밀 조사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상태다. 자치구와도 협업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 매수 거래에 대해서도 실거주 여부 현장 점검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토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해 외국인 부동산 취득 관련 조치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초입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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