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들겠다" 출범한 '안철수 혁신위'…당내선 '걱정·기대' 반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7.03 00:20  수정 2025.07.03 00:20

송언석, 비대위원장 첫 간담회서 '안철수 혁신위' 띄워

안 의원에 인적구성·혁신범위 등 혁신 전권 쥐어줄 듯

安 "잘못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정상 정당 만들겠다"

당내선 "강단 있다" 기대감과 "제약 많아" 걱정 '공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위기에 빠진 당을 혁신하기 위한 혁신위원회의 키를 잡게 됐다. 당내에선 안 의원이 차기 당권까지 뿌리치고 혁신의 키를 잡게 된 만큼, 강단 있는 모습으로 당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친윤(친윤석열) 구주류가 여전히 당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이 추진할 수 있는 혁신안의 한계가 뚜렷하고, 차기 당권을 잡게 될 새 지도부와의 융합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어있는 만큼 실효 있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감지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혁신안의 첫 단계로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신다"며 "당의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모두 벗어던지고 시대 변화에 조응하고 선도하는 혁신의 길을 힘 있게 걷겠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지난달 16일부터 지속해서 혁신위의 출범을 공언해왔다. 원내에서 듣고 느끼기 힘든 민심을 담은 혁신안을 독립적으로 추진할 기구인 혁신위를 띄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당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에서다.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된 지 만 하루 만에 출범을 공언한 만큼 송 비대위원장은 이번 혁신위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줄 태세다. 이를 위해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원장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12·3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혁신위가 실효성 있는 혁신안을 추진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수란 걸 감안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안철수 신임 혁신위원장과 회동하고 인선 전권을 안 혁신위원장에게 일임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내가 추천하는 인사들에 대해 (송 비대위원장과) 큰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이 역시 송 비대위원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면모로 평가 받고 있다.


전권을 쥐고 혁신위를 이끌게 된 안 위원장은 반성과 통합에 방점을 두고 혁신위를 이끌 방침이다. 안 의원은 이날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 "수도권에서 중도와 청년들이 다시 우리를 돌아보고 관심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거기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하다 보니 원내·원외·외부 전문가 각각 3분의 1 비율로 (배치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이날 오전에 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다.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에서도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이 돼서 기대도 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잘해주시리란 기대를 모아드리고 싶다"며 "어떤 것이 당 혁신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은 의원과 모아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이 길에는 회의와 저항, 때로는 고통도 따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는 안철수 위원장의 결기와 진심,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이 이 모든 난관을 반드시 돌파해내실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적으면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 의원은 당내에서도 공격을 받으면서 특검 표결과 같은 부분에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절대 꺾지 않았던 정치인"이라며 "이런 분이 전권을 갖고 혁신을 주도한다면 잡음을 일으킬지언정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안철수 혁신위가 제 역할을 해내기에 너무 많은 제약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시간의 제약이다. 비대위가 오는 8월 중순에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꾸릴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안철수 혁신위가 활동할 현실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 당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친윤 구주류 세력과의 마찰 가능성 역시 혁신위의 앞길을 가로 막을 요소로 꼽힌다. 바로 직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다. 이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적 청산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혁신의) 핵심"이라며 "그것을 하지 못하면 혁신위가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까지는 이야기 안 하고 그 전 단계까지만 이야기했는데도 (친윤들이 혁신안을) 거부해 버렸지 않나"라며 "안 의원도 앞으로 혁신위를 맡아서 할 때 당원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을 내놓아야 되는데 당 주류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게 제일 고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