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할인 쿠폰 풀린다…이제 관객을 붙잡는 건 '영화의 몫' [기자수첩-연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7.03 07:00  수정 2025.07.03 07:00

정부가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총 271억 원을 투입, 전국 영화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450만 장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쿠폰은 8월부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에서 사용 가능하며, 국민 1인당 최대 4회까지, 1회당 6000원의 관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름방학과 '대목'인 여름 성수기 개봉 시점에 맞춘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극장가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소비 진작책 중 하나다.


지난해 CJ CGV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컬처위크'와 달리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들여 전 멀티플렉스, 상영작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규모와 범위 면에서 더욱 확장된 시도다. '컬처위크'는 당시 4일간 15000원짜리 티켓을 7000원에 제공해 활기를 불어넣는 시도로 평가됐지만, 일부 영화로 한정된 할인혜택으로 기대한 만큼 효과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롯데시네마·NEW·CJ ENM

8월 극장가는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슈퍼맨', '스머프' 등 국내외 기대작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어, 쿠폰 지원 정책과의 시너지가 일정 부분 예상되지만, 관객이 실제로 다시 극장을 찾게 될지는 미지수다.


할인 혜택은 관객의 걸음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그 발걸음을 붙잡는 건 결국 영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극장 산업이 처한 위기는 티켓 가격 뿐만 아니라 관람 경험 가치 하락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극장가는 팬데믹 이후 OTT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는 인식을 관객에게 반복적으로 심어왔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쿠폰을 뿌려도 '볼 만한 영화'가 없으면 다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여름 상영작들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을 제공하고,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아우른다면 이번 정책은 극장가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정책이 관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대이자 시험대인 셈이다. 극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동력은 정책이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그 자리에 관객을 머물게 하는 건 결국 영화의 힘이다. 극장과 영화 존재 가치는 이제 그 안에 놓인 이야기가 설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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