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에스파·포스코×노들섬...철강의 브랜드 재해석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7.03 13:33  수정 2025.07.03 13:35

산업시설 K-팝 무대로...당진제철소 찾은 에스파

강철로 만든 도시미학...포스코의 ‘노들 예술섬’

전통 제조업·브랜드 이미지 ‘감성 콘텐츠’로 진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촬영된 에스파의 신곡 ‘더티 워크(Dirty Work)’ 뮤직비디오 캡쳐.ⓒ유튜브

제조업의 심장부인 철강산업이 문화 콘텐츠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철강업계는 기업 간 거래(B2B) 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K-팝과 도시 예술 프로젝트와의 융합을 통해 브랜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강철이라는 전통적 산업 자산이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감성과 결합하며 새로운 문화로 재해석되는 모습이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상급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선택되면서 산업 시설이 아이돌 콘텐츠의 무대가 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뮤직비디오 ‘더티 워크(Dirty Work)’는 지난달 27일 공개 이후 이날 기준 현재 2791만뷰를 달성하며 산업 현장과 K-팝의 이색 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상은 드넓은 야적장과 중장비를 등장시켜 산업 현장의 강인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장을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제철소의 묵직한 풍경 위로 225명의 엑스트라가 투입됐다. 에스파는 뮤직비디오 속에서 ‘거친 일을 마다하지 않는 레지스탕스’로 등장해 산업 공간과 서사의 결합을 시도했다.


당진제철소는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일반적인 외부 촬영이 엄격히 제한된 공간이다. 이번 협업은 SM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강렬한 콘셉트로 ‘쇠 맛’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에스파와 당진제철소의 분위기가 맞물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촬영 협조 배경에 대해 “케이스마다 다르고 정확한 지침이 없지만, 회사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들섬 공중정원 투시도.ⓒ서울시

포스코는 서울시와 협력해 한강 노들섬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7개의 꽃잎 형태 공중정원이 핵심 공간으로, 기존 건축물 위에 떠오르는 듯한 비정형 구조로 구현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외장재와 내식합금강판 ‘포스맥(PosMAC)’, 내후성강 등 고성능 철강소재를 공급한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구조적 안전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협업이 단순한 소재 공급을 넘어, 공공시설의 내구성과 도시 미학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들섬은 이미 MZ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공간이다. 오는 9월에는 노들섬 내 일부 공간에 비정형 구조물을 시범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포스코 강재의 디자인 가능성과 내구성을 대중이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지은 포스코 강건재가전마케팅실장은 “민간 기술력과 공공의 창의적 비전을 접목한 좋은 협력”이라며 “포스코의 소재 기술이 도시 공공디자인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사례는 철강업계가 문화·콘텐츠 산업과 접점을 넓히며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해 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기존의 딱딱한 산업 이미지를 벗고 친화도 제고와 디자인 혁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통까지 아우르는 ‘열린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산업시설은 폐쇄성과 보안 때문에 대중과 거리감이 있었지만 최근엔 문화적·미학적 자산으로 재조명되며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며 “철강산업은 강한 시각적 상징성을 지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감성과도 접점이 있고, 제철소나 공장 같은 공간은 사이버펑크 등 문화코드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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