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청약기회 늘린다더니…돈 없으면 ‘줍줍’도 ‘그림의 떡’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7.04 06:00  수정 2025.07.04 06:00

6·27 대출규제로 잔금대출도 ‘최대 6억’ 한도 적용

무순위 청약, 가수요 걷히고 현금부자 무주택자에게 유리

“청약 경쟁률 낮아지겠지만 선호 단지 계약률은 비슷할 듯”

ⓒ데일리안 DB

6·27 대출 규제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사실상 현금부자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제도 개편이 이뤄졌지만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섣불리 청약에 나서기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4일 분양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소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이날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고 오는 10~11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약 물량은 전용 39㎡와 59㎡ 각각 1가구, 84㎡ 2가구 등 총 4가구다.


8일에는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 3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도 예정돼 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이후 남은 미계약 물량이나 계약 취소 물량 등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다시 모집하는 방식이다. 통상 수년 전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돼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어 ‘로또청약’으로 통한다.


지난 2023년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거주지 요건을 없애고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다주택자도 청약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청약 문턱이 낮아지면서 억대 시세차익을 염두에 둔 수요가 특정 단지에 수십만~수백만명씩 몰리는 등 청약 광풍을 빚자 다시 청약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청약기회를 우선 배정해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단 취지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각각 12억5000만원, 13억80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같은 평형대 매물이 현재 26억5000만~33억원 수준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제도 개편 취지와 달리 고강도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도 줍줍에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워졌단 점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됐는데 잔금대출도 동일하게 규제가 적용된다.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더라도 7억원가량 수중에 현금을 들고 있어야 전용 84㎡ 청약에 나설 수 있다. 이달 들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까지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는 종전 대비 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년 간 이어졌던 청약 광풍 현상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시장에 유행처럼 떠돌던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은 옛말이 됐다.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청약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반면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된 만큼 입지·가격별 경쟁력 있는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발길은 계속될 거란 진단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대출을 안 해주면 아무리 고소득 직장인이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서 비교적 입지가 탄탄한 단지에는 현금 자산을 어느 정도 들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대거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일부 가수요는 걷어지겠지만 매매를 고려하는 대기 수요는 어떻게든 빚을 내더라도 청약에 넣어보려고 할 것이어서 실질적인 계약률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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