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첨단 공정 양산·투자 동시에 가속
삼성, 일정 경쟁 대신 수익성·신뢰에 무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TSMC가 파운드리(위탁생산)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첨단 공정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미래를 위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TSMC가 양산 시점과 투자 계획을 조정하며 연일 속도를 강조하는 반면, 경쟁사인 삼성은 눈에 띄는 가속보다는 기존 로드맵에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 발표와 투자 설명회 등에서 미국 애리조나 제2 팹의3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TSMC 측은 "미국 주요 고객사와 현지 정부의 강력한 협력과 지원 아래 지속해서 애리조나 공장 생산 능력 확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AI 서버용 칩 수요가 3나노·2나노 첨단 공정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안정적인 칩 공급이 중요한 상황에서 생산 능력은 단순한 제조 여력을 넘어서 고객사와의 협상력까지 좌우하는 요인이다. TSMC가 양산 일정 단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공급 우위에 따른 여유도 감지된다. TSMC는 첨단 공정 캐파 부족을 반영해 3나노 공정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 연속 첨단 공정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요 우위 국면에서 가격 결정력까지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는 첨단 공정 설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속도 역시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은 TSMC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CAPEX(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CAPEX가 400억~420억 달러 수준으로 이미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내년에는 420억~450억 달러 수준으로 한 번 더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압도적인 패권을 쥐고 있지만, 기술 로드맵 이행과 수율 경쟁력 확보에 한번 더 역량을 결집하는 기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전략과 관련해 최근까지 추가적인 속도 조정이나 물량 확대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 팹의 첨단 공정 투자는 이미 제시된 로드맵에 따라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단기적인 일정 경쟁보다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기술 완성도와 고객사 신뢰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용하지만 계획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최근 삼성 파운드리의 체질 개선 흐름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반등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고객사 확보와 공정 경쟁력, 수익 구조 개선 등 여러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더이상 급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을 향해 무작정 속도를 올릴 경우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신뢰와 수율이 뒷받침돼야 하는 산업 특성상, 삼성은 속도만큼 안정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그간 시장에서 거론돼 온 '삼성 대안론'의 향방에 주목한다. 삼성 대안론은 TSMC의 생산 여력이 빠듯해질 경우 빅테크 고객사의 주문이 삼성 파운드리로 분산되는 흐름을 의미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AI5 칩 일부 물량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TSMC가 한번 더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삼성 대안론'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TSMC가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한번 더 격차를 만들어내려는 양상이 삼성 파운드리의 중장기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