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와 펄프, 그리고 뮤즈까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록 밴드들이 잇따라 내한하는 가운데, 이들을 반기는 국내 팬층이 40~50대가 아닌, 20~30대라 눈길을 끈다.
이들의 내한은 여러모로 화제를 일으켰다. 특히 오아시스는 지난해 약 15년 만에 재결합 소식을 전하며 월드투어를 시작하자마자 해외에서는 티켓 가격이 천만원이 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국내로 이어지고 있다. 뮤즈 역시 10년 만에 한국을 찾고, 오아시스와 함께 ‘브릿팝 4대 천왕’으로 불렸던 펄프까지 한국 무대에 오르며, 보기 드문 가을 내한 공연 라인업이 성사됐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의 내한을 반기는 이들이 20~30대라는 점이다. 오아시스와 펄프, 뮤즈가 활동할 당시 태어나지 않았거나 10대 초반이었을 이들이 전설적인 록밴드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인터파크 티켓에 따르면 전체 예매자 중 20대 관객의 비중이 56.4%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관객이 28.1%, 10대가 8%를 차지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4.9%, 1.9%로 두 세대의 관객을 합해도 10대 예매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오아시스 내한 공연의 경우 프리미엄 좌석이 41만 원에 달함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펄프가 출연하는 '2025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또한 예매자의 59.6%가 20대, 25.9%가 30대다. 40대와 50대는 각각 4.4%와 1.1%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복고 트렌드’라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고, 현재 가요계에 다시 주목받는 '록 음악의 대중화'가 더해져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아이돌 밴드의 성장세가 영향을 줬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데이식스는 팬덤 기반의 인기를 넘어 지난해 멜론차트 연간 5위를 차지했고, 2023년 10월 데뷔한 걸밴드 QWER는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지난해 ‘유튜브가 꼽은 2024년 한국 최고 인기곡’ 1위에 히트곡 '고민중독'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기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록 음악 커버 무대도, 원곡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2021년 백예린이 한 공연장에서 부른 오아시스의 '샴페인 슈퍼노바'(Chanpagne Supernova)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1000만뷰를 넘기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로제가 2022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공개한 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는 1400만뷰를 넘겼다. 인피니트 김성규 또한 콘서트를 통해 뮤즈의 '히스테리아'(Hysteria)와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 무대를 펼치며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최근 10대부터 30대 사이에서 밴드 음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밴드 음악이 자유롭기도 하고, 저항정신이 담겨있다 보니 일탈하고 싶은 마음을, 음악을 통해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거물급 밴드의 내한 공연이 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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