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유지 동시에 준비 중인 '고리1발전소'를 가다 [원전 계속운전]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5.07.09 07:00  수정 2025.07.09 07:00

해일 등 사고 대비 위한 해안방벽 설치

1호기 해체 앞두고 2호기 계속운전 준비

국내 계속운전 원전 無…고리2호기 승인 기대

고리2호기 외부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20일 해무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기장 한 켠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았다. 고리 원전은 두터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입구는 거대한 철문으로 이뤄진 모습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 이후 혹시나 모를 유사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데 따라 해안방벽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재가동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앞서 얘기한 해안방벽을 비롯해 최근 지진에 대비한 설비 정비도 마쳤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운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고리1발전소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발전소다. 원전 해체를 앞둔 1호기와 계속운전 승인을 기다리는 2호기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리1발전소 1호기는 지난달 26일 해체계획서가 1978년 첫 상업운전 이후 47년, 2017년 영구정지 이후 8년 만에 최종 승인됐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이르면 2037년 해체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1발전소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발전소"라며 "현재는 1호기와 2호기 모두 정지돼 있지만 1호기는 해체 작업이 2호기는 계속운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2호기 주제어실 모습.ⓒ한국수력원자력

가동은 정지된 상황이지만 고리1발전소 내 2호기 주제어실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가동 중 나온 사용 후 핵연료가 여전히 발전소 수조에 보관돼 있어 관리가 필요한데다 계속 운전을 위한 대비를 해야하기 떄문이다.


고리 2호기는 2년 이상 가동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원전은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설계 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운영변경허가(계속운전)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을 가동 중단 직전에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바람에 2년 넘게 원전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운전 신청이 늦어진데다 원안위의 심사가 진행중으로 한수원이 당초 재가동 목표로 한 9월보다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당초 목표로 했던 재가동 시점은 9월이지만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재가동을 목표로 회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등으로 인한 발전소 운영 등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운영되는 원전 가운데 계속운전 중인 원전은 한 곳도 없다. 과거에도 국내에서 계속운전이 허가된 사례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두 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0년 추가 기간을 채운 사례는 고리1호기 하나뿐이다.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월성1호기가 2019년 12월 조기 폐쇄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전세계 가동원전 439기 중 238기(54%) 계속운전을 승인받고 그 중 204기(46%)가 계속운전 중인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의 계속 운전은 단순히 시설의 운전허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안전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필수적인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한수원은 지속적 안전성 향상 노력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리2호기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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