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집행 책임" 李 지시 후 연일 현장 직행
"자살률 낮춰야"…불교계엔 협력 요청
장관회의 주재…물가·주거 등 민생 챙겨
정치권 "정무형 총리, 무게 조율 필요"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식 취임 나흘째 불교계와 천주교 지도자들을 잇따라 예방하며 종교계 접촉에 나섰다. 폭염 대응과 의료계와의 갈등 조율,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한 정책 방향 설정에 이어 종교계까지 발걸음을 넓히며, 민생과 통합의 현안에 총리가 직접 나서는 이례적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총리 취임 첫날 "국정 집행을 책임지고 잘 챙겨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김 총리는 사실상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현안의 '첫 대응 창구' 역할을 맡아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과의 정례 회동이 매주 월요일 예정된 가운데, 김 총리가 정권 초반 전면에 등장한 '실세 총리'라는 평가에도 힘이 실리는 중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총리는 새 정부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뿐만 아니라 김 총리는 이날만 조계사를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을, 이어 수원교구청을 찾아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각각 만났다. 하루 만에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종교계와 연쇄 접촉을 이어간 것이다. 총리가 사회 집단과 직접 소통하고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과거 '조용한 총리' '행정형 총리'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행보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살률을 낮추는 방안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며 불교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죽음을 막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호국불교는 우리 문화 콘텐츠의 핵심"이라며, 불교계가 가진 역사적·정신적 자산을 문화적으로 살리는 데 정부 차원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수원교구를 방문한 김 총리는 복지 문제는 국가 재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그러면서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천주교가 더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종교계가 단순한 신앙 공동체를 넘어 사회적 연대의 한 축이 돼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김 총리가 앞서 '속도·소통·성과'를 이재명 정부 운영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한 것과 맞물린다. 김 총리는 이날 첫번째로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에서도 "정치의 정(政) 자 대신 초코파이 정(情) 자를 생각한다"며 "정치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물가·주거·재난 등 실생활과 맞닿은 문제를 놓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역지사지"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총리는 회의에서 국민 체감 중심의 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회의에서는 △폭염 대응을 위한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확보 및 사전 수매 계약 △노동자 보호 차원의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 현장 실천 유도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종합상황실 운영 △수도권 주거비 상승 대응을 위한 대출 규제 이행 점검 및 주거급여 확대 검토 등 민생 전반에 걸친 구체적 대응 방안이 주문됐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반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정치적 동력은 물론 실적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총리의 역할도 단순한 국무회의 조정이나 부처 간 갈등 조율, 대통령 유고 시 대행 등의 전통적인 총리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있다. 정책 기조 설정부터 사회 집단과의 접촉, 대통령의 국정 브랜드를 바닥 민심에 '실행'하는 역할까지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 총리는 취임사에서 "내란의 상처와 제2의 IMF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대통령의 시대를 여는 참모장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김 총리가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리더십을 바닥에서 구현하는 실질적 실무 총괄자로 기능하고 있다는 기류가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가 민생과 통합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최근 행보는 국정의 무게중심이 점점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자칫 대통령이 뒤로 빠지고 총리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로 굳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형 총리로서의 무게추는 앞으로도 총리에게 계속 실릴 수밖에 없는 만큼, 그만큼 정무 설계에 대한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