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담는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
한식 넘어 집밥 선보이는 '두유노집밥' 등
국뽕 활용한 콘텐츠들 이어져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한식의 매력을 전하거나, 반대로 외국인을 초대해 한국의 관광 명소와 음식을 즐기는 콘텐츠는 꾸준히 방송가의 소재가 되고 있다.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한때는 이 같은 전개를 보며 생소한 한식을 접하는 외국인들의 칭찬에 울고 웃는 ‘국뽕’ 콘텐츠라고 비판했다면, 지금은 한국적인 것을 더 잘 부각하는 것이 무기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킹덤’(2019), 데스게임 장르에 한국 전통놀이를 접목한 ‘오징어 게임’(2021), 한국의 셰프들이 치열하게 맞붙은 요리 계급 전쟁 ‘흑백요리사’(2024)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K-콘텐츠를 향한 인식이 달라졌다.
한국 영화, 드라마 예능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의 전통놀이를 직접 즐기는가 하면, 미국에서 한식당과 한국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한국 문화를 향한 인식도 바뀌었다.
생소한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던 콘텐츠도 변했다. 한식에 이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현지인들에게 집밥을 대접하는 MBC·MBC에브리원 ‘두유노집밥’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KBS2 예능프로그램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에서는 해외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 중인 유명인들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다. 한식에 이어 집밥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는가 하면, ‘월드클래스’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을 세계 무대에 서게 한 힘을 파헤치며 ‘깊이감’을 추구하기도 한다.
사극, 또는 시대극이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가 되기도 했다. 사극에 액션, 미스터리를 접목한 넷플릭스 ‘탄금’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으며, 현재 방송 중인 KBS2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서양 배경인 원작을 사극으로 탈바꿈해 동명의 원작 웹소설과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외에도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생계형 촌뜨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 등 시대극을 완성도 있게 선보이는 시도도 이어진다.
이 외에도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는 죽을 운명을 가진 소년과 이를 막으려는 ‘MZ무당’ 소녀의 로맨스를 통해 한국 무속신앙을 경험케 했으며, 6월 종영한 SBS ‘귀궁’, 방송 앞둔 KBS2 ‘트웰브’는 K-귀신을 소재로 신선함을 가미하는 등 한국적 소재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나름대로 ‘다른’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기존의 콘텐츠들과 다를 바 없는 전개로 아쉬움을 사는 콘텐츠도 없지 않은 것. ‘두유노집밥’과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각각 기존의 해외 여행 예능, 유명인의 일상을 담는 관찰 예능과 다를 바 없는 전개로 기획의도에서 기대하게 한 남다른 메시지가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K-FOOD, K-POP, K-DRAMA, K-BEAUTY’ 전 세계 문화의 큰 흐름이 된 대한민국, 그 중심에는 K-PEOPLE이 있다. 이들을 세계 무대에 서게 한 ‘크레이지’함은 무엇일까?”라는 거창한 질문을 던진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리치’들의 일상이 얼마나 남다른지 보여준 뒤, 그들의 진심 또는 진정성을 강조하는 식의 평범한 전개로 의도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론 지금의 K-콘텐츠 열풍의 발단이 된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도 이 같은 시도들 사이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러나 케이팝, 한국 무속신앙 소재로 한 넷플릭스 미국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하고 이에 “한국에서 먼저 이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에서, 평범한 접근만 이어지는 것엔 아쉬움이 남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