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윤상현·장동혁·송언석', 거취 밝혀라"
'탄핵 극복' 위해 실명 말하며 쇄신안 강공
송언석 "비대위에서 최종 확정" 절차 반격
장동혁 "오발탄" 윤상현 "날 쳐라" 반발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던진 대형 인적쇄신안에 당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윤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란 과거와 단절하고 탄핵 반대 정당이란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 쇄신 대상 4인을 선정하고 공개적으로 거취 압박을 가하면서다. 특히 쇄신 대상으로 꼽힌 당사자들이 날을 세우거나, 맞대응에 나서는 등 윤 위원장과의 마찰을 예고하면서 향후 지도부인 비대위와 혁신위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희숙 위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적쇄신 1차분'이라며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혀라"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적쇄신안이 윤 위원장의 입에서 나올 것이란 징조는 일찌감치 있어왔다. 윤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탄핵의 바다로 다시 꽉꽉 머리를 누르고 있는 분들이 인적쇄신 0순위"라며 "당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잘못을 하신 분들이 개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 같은 윤 위원장의 경고는 단 하루 만에 사실상 당 지도부에 의해 묵살당한 바 있다. 당의 혁신을 위해 "탄핵의 바다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윤 어게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리셋코리아 국민운동 본부' 발대식 및 토론회에 대거 참석하면서다. 해당 행사는 윤상현 의원이 주최했으며,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자리했다.
해당 행사는 곧바로 논란으로 떠올랐다. 부정선거론과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 온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이 행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면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거라고 여전히 믿는다"는 등의 궤변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이번 행사로 인해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광장 정치'와 당이 다시 연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도부가 '윤 어게인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할 말을 잃는다"며 "그런 행사에 다녀오고 나서 공개석상에선 계엄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공개석상에서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믿는다고 말씀하시라"라고 행사를 연 극우 세력과 이에 참석한 지도부를 향해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사태가 커질 기미를 보이자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선을 포함해 중진까지 행사가 있거나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 가서 축하하고 격려하는 게 기본적인 책무"라며 "현장에 가서 보니 생각했던 세미나 분위기와 달라서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축사가 길어지는 사이 내가 이석했다"고 당 지도부가 광장 정치와 연계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명도 윤 위원장에겐 통하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이날 "그 자리에 갔던 의원들께 묻고 싶다. 아직도 계엄은 계몽인가. 계엄이 추억인가"라며 "국민과 당원에게 계엄은 악몽이다. 그동안 당으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중진이란 분들이 혁신을 면피 수단 삼아 사실상 과거로의 회귀를 선동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는 당시 행사를 주최한 윤 의원과 함께 자리한 송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과 장동혁 의원이 이번 쇄신 대상에 포함된 건 윤 위원장의 혁신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 역시 민주성에 역행할 뿐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고, 장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손가락만 다쳐도 서로 남탓하며 내부총질을 하고 도망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며 윤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윤 위원장은 이날 "혁신은 과거를 응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지금을 고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라며 "그런데 혁신하겠다는 지금도 과거 잘못을 그대로 반복해, 당이 일어서길 간절히 바라는 당원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병든 당의 숨통을 조르는 극악한 해당행위인 것"이라고 나 의원과 장 의원을 비판했다.
폭탄 수준의 인적쇄신안이 당내에 떨어지자 의견은 곧바로 엇갈렸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송 비대위원장은 "직접 듣지 못해 (윤 혁신위원장이) 어떤 취지로 얘기했는지는 모르겠다"며 "혁신위가 당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 충정으로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이어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 방안은 혁신위 내에서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결하면 비대위에 보고하고 최종 혁신 방안이 확정된다"고 덧붙이며, 혁신위 안건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재차 윤 위원장을 비판하며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웠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한다.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며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분들(윤 전 대통령 지지자)은 누가 지켜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했고,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윤상현 의원은 "나를 치라.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나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나를 먼저 혁신위로 불러달라.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답하겠다"는 페이스북 글을 작성했다. 윤 위원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동시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동정심을 사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반발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이 감지됐다. 인사청문회 정국이 한창인 와중에 혁신위가 이를 덮을 만큼의 너무 센 안을 던졌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오는 20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을 논의하기로 예정돼있었던 만큼 당내 의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전에 너무 강한 안이 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심지어 안철수 의원도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는데, 이건 말 그대로 거대한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이제 국민과 당원의 눈은 당의 갈등이 얼마나 더 커지느냐에만 쏠리게 될텐데 이재명 정부와 싸워야 하는 지금 정확히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필요한 주장이었단건 이해하지만 오히려 반감만 더 크게 자극한게 아닌가 싶다"며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참하는 의사를 밝힐지가 의문인 만큼 당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더 적어졌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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