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유감] 주담대 금리 떨어지는데…은행, 가계부채 늘어날까 '난감'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7.18 07:13  수정 2025.07.18 07:13

코픽스 하락세에 변동금리 떨어져

이자율 매력 상승에 수요 늘까 우려

가산금리 인상 등 추가 조치할수도

가상의 은행원이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개월 연속 하락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일제히 하향조정됐다.


표면적으로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권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금리 하락이 자칫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전월보다 0.09%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 2022년 6월 2.38%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픽스는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이 많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고, 코픽스가 떨어지면 은행이 더 싼 값에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내리고, 주담대 변동금리의 또 다른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마저 하락하면서 코픽스 하락을 이끌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7일부터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5%p 낮췄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최대 0.25%p, 0.2%p 내렸다.


코픽스 하락에 따라 주요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즉각 조정되면서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17일 기준 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3~5.43%에서 연 3.94~5.34%로 0.09%p 낮아졌고, 우리은행 역시 연 3.96~5.16%에서 연 3.88~5.08%로 상·하단이 0.08%p씩 내려갔다. 신한은행은 3.70%~5.11%고, 하나은행은 4.011~4.811%로 유일하게 4%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번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은행들의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이미 모집인 대출과 대환대출 일부를 중단하는 등 고강도 총량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의 주문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대폭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이 줄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의 대출금리도 함께 인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 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하락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조절한 바 있다. 시장금리 하락분을 대출금리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대책 등 대출 한도가 조절됐음에도 금리 매력이 높아지면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총량 제한 등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 추가 인상 등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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