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발전 가로 막는 히어로즈, 커져가는 비판 여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7.18 11:34  수정 2025.07.18 11:36

홍원기 감독 경질에 이어 구단주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현금 트레이드, MLB 포스팅으로 830억 수익은?

최근 경질된 홍원기 감독. ⓒ 뉴시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홍원기 감독 해임을 비롯한 각종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14일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를 동시에 해임했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최근에는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딸이 두 차례나 구단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 채용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는 2018년 구단 내 개인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이로 인해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아 야구판에 발을 디딜 수 없다. 다만 히어로즈 구단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구단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아무 문제없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발 벗고 나섰다. 선수협은 “히어로즈의 비상식적인 인사 단행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특정인에 의한 기형적 인사 의혹과 낙하산 채용 비리 의혹 등 종류도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라면서 “이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수년간 쉬쉬해오다가 고름이 썩을 대로 썩어서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수준 낮은 행보를 그만두고, 특정인 한 사람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반성해야 하며, 이제라도 구단의 기형적 운영 방향을 바로잡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며 개혁을 촉구했다.


세간의 비판대로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 방식은 우려를 넘어 심각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단장 및 코칭스태프 경질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특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전력이 크게 약화된 히어로즈는 이렇다 할 선수 보강도 이뤄지지 않아 시즌 전 최하위로 평가받았고, 실제 성적도 3할 승률을 겨우 넘는 10위에 머물고 있다.


성적 반등에 대한 의지와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감독 교체는 팀 분위기를 더 어수선하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후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석 달 후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했다. 때문에 이번 감독 및 단장 경질은 성적 부진이 구실이었을 뿐,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 ⓒ 뉴시스

가장 심각한 점은 방만한 구단 경영이다.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구단인 히어로즈는 창단 당시 자금난을 겪었다. 이로 인해 구단 측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 대한 현금 트레이드를 추진해 리그의 질서를 어지럽혔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했다는 사실까지 들통 나 지탄을 받았다. 히어로즈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트레이드서 공식적으로 오간 돈은 58억원. 그러나 실제로는 이면계약 거래를 통해 131억 5000만원을 더 챙겼고, 공식 액수 포함 총 189억 5000만원을 벌었다.


특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는다는 명분은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이었다.


강정호와 박병호를 시작으로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이 메이저리그로 향했고 히어로즈의 누적 포스팅비 수입은 최소 4470만 2015달러(약 621억원)에서 최대 4612만 7015달러(약 641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구단이 약 83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동안 선수단은 메말라갔다. 히어로즈 선수단의 올 시즌 총 연봉은 36억 5000만원(지난해 대비 -28%)이며 최고 연봉 구단인 SSG 랜더스(109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샐러리캡이 도입된 후 각 구단들이 선수들 연봉 배분에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히어로즈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심지어 지난해 히어로즈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49.7%로 상한액 기준인 114억 2638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FA 등 외부 자원 수급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선수층은 얇아질 수밖에 없고, 팀 내 선수들 또한 큰 폭의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동기부여는 떨어지고 팀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구단 성적의 하락 요인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리그의 질적 수준 하락까지 야기한다. 결국 KBO는 샐러리캡 하한선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스포츠에서 돈, 즉 수입은 선수 또는 구단 입장에서 1순위로 생각해야 할 가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팬이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돈을 벌고, 번만큼 재투자를 하면서 성적을 내면 팬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구단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논란들은 프로야구 전체의 판을 뒤흔들만한 사안들이다. 히어로즈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팬심을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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