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보 확대에도 ‘속수무책’…예측 불가 홍수, 갈수록 ‘막막’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7.18 11:33  수정 2025.07.18 11:33

16~17일 집중호우로 5명 사망·실종

시간당 200㎜ 넘나드는 강우량

도심 배수 시설·하천 용량 벗어나

전문가 “다각적 대응책이 필요”

지난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뉴시스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이상 기후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홍수예보에 도입했지만, 최근의 강우 유형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18일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 4명, 실종 1명이다.


이재민은 13개 시도 52개 시군구에서 3413세대 5192명이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 2863세대 4000명은 임시 주거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공시설 피해는 옹벽 붕괴 1건, 제방 유실 30건 등 총 496건이다. 사유 시설 피해는 건축물 침수 203건 등 276건으로 집계됐다.


집중호우로 경부선과 호남선 등 일반열차 141개의 운행이 정지됐고, KTX는 일부 구간에서 서행했다. 또한 도로 125개소, 지하차도 27개소, 하상도로 54개소를 비롯해 하천변 293개 구역이 통제됐다.


중대본은 17일 회의를 통해 풍수해 위기 경보 최상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이와 함께 중대본 대응 수준도 최고 단계인 3단계로 올려 관계기관 비상대응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대본이 3단계를 가동한 건 2023년 8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할 때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환경부, 올해부터 AI 홍수예보 확대


이번 집중호우에 앞서 지난 5월 환경부는 ‘여름철 홍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댐 방류, 예상 강우로 인한 홍수 상황을 3차원 가상 세계에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댐·하천 가상모형(디지털트윈)’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하천 주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알리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도 도입을 예고했다.


특히 AI 홍수예보·도시 침수 예보를 강화했다. AI 홍수예보를 바탕으로 홍수특보(홍수주의보·경보) 발령 지점 수를 75곳에서 223곳으로 늘렸다. 기존 시스템을 보완해 예측 지점을 대폭 확대하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홍수 위험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국민이 홍수 위험 상황을 쉽게 알고 위험지역을 벗어나도록 홍수 정보 전파는 확대했다. 그동안 223곳의 홍수특보 지점에 대해 특보 발령 시 안전안내문자(CBS)와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하던 것을 올해부터 전국 933곳 수위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위험이 상황이 인지되면 안전안내문자(CBS) 및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 상황 지역 국민에게 내용을 알린다.



16일 오후 7시 4분께 경기도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이처럼 홍수예보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예측을 뛰어넘는 강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우 유형 자체가 이상 기후로 예측이 어렵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집중호우 또한 좁은 지역에 감당 못 할 빗줄기를 퍼붓는 형태였다. 정부가 야심 차게 AI 홍수예보를 확대했음에도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극한 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런 유형의 강우는 주변 하천 수위를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끌어올려 대응할 틈을 주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강우, 유기적 방재 시스템 필요


달라진 강수 유형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도시 침수는 하천 수위 변화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배수 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소규모 하천과 지류의 관리도 동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과거 강수량을 기반으로 만든 시설들을 손볼 필요도 있다. 요즘에는 200년 빈도의 강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빗물 펌프장 등 배수 시설의 설계 용량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시간당 100㎜라는 것도 그게 30분 만에 다 내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하천으로 빠지는 구조, 하수도, 빗물받이 등 (배수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조합을 이뤄야 하는데 구도심은 대부분 예전에 그런 계획하에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2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심 집중호우 피해예방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도시 계획단계에서부터 물순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하천 및 하수도시설의 수방기준을 상향하고 구조적 대응을 하는 데는 재정·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구조적 예방과 함께 부처별 업무 연계성 강화, 단일한 국가재난대응지휘체계 구축, 효과적인 재난문자방송 발송체계 마련, 도시지역 물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