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판정 검사 받고 3개월 간 군 생활 이어가기도
재판부 "국가 행정절차에 대한 신뢰 심각하게 훼손"
군인 월급을 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대리 입영한 20대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달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내렸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18일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28)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심에서는 내리지 않았던 보호관찰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조씨는 최모(22)씨 대신 입대하는 대가로 병사 월급을 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지난해 7월 강원 홍천군 한 신병교육대에 최씨 대신 입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최씨가 '군인 월급의 절반을 주면 대신 현역 입영을 해주겠다'는 조씨의 제안을 승낙하면서 범행이 이뤄졌다.
이에 조씨는 병무청 직원들에게 최씨 주민등록증과 군인 대상 체크카드(나라사랑카드)를 제출하는 등 최씨 행세를 하며 입영 판정 검사를 받고 최씨 신분으로 3개월간 군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군인 월급이 예전처럼 적지 않은 데다 의식주까지 해결할 수 있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대가로 164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적발을 두려워한 최씨가 지난해 9월 병무청에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조씨는 대리 입영 전 자신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다가 정신건강 문제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 기간 구금 생활을 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진 점, 생활고로 인해 범행한 점, 당심에서 군에서 받았던 금액 중 일부를 대한민국을 피공탁자로 해서 공탁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국가 행정절차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죄가 가볍다고 할 수 없고, 먼저 범행을 제안하는 등 범행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며 조씨에게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지난 1970년 병무청이 설립된 이후로 대리 입영 적발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씨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지난 4월 대전지방법원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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