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덮친 트럼프의 관세 폭탄...재계 '긴장'
8월 1일 유예기간 종료...정부, 협상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한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에 직면한 우리 기업이 관세 부담까지 떠안게 될 상황에 놓이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관세 타격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대미 통상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협상 성과는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57개국에 10%의 기본관세와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중 상호관세는 오는 8월 1일까지 적용이 유예됐다. 현재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은 국가는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뿐이다. 현재 한국에 예고된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 2일 각국별 상호관세를 공개했던 당시와 동일한 25%다.
미국은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파생제품에도 50%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산업의 핵심 소재로 분류되는 구리에 50% 관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의약품과 반도체에는 최고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출 의존도 큰 韓...생태계 전반 위태로워질 수도
연이은 관세 조치는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다. 수출 의존도가 큰 산업 구조 특성상 생태계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의 앞선 조치들로 상반기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9% 급감했으며, LG전자는 46.6%가 줄었다.
자동차와 철강, 배터리 등 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녹록치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는 3조6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2791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기아 2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3조824억원) 역시 전년 동기(3조6437억원)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50%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 업계 역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전선·전력 설비 업계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와 AI 서버에 필요한 고성능 케이블,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는 부품 기업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가 더 최악일 수도"
문제는 본격적인 관세 충격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세 적용 시점이 대부분 2분기 말, 3분기 초인 만큼, 하반기에는 원가 상승분이 수익성을 정면으로 압박하게 된다.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위기감은 더 크다.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렵고, 북미 시장 가격 인상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전망이 아쉬운 상황인데, 이게 바닥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서 "하반기에 관세 충격으로 더욱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선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국내 산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기업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10대 수출 업종 매출 1000대 기업 중 150곳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9곳이 '미국의 관세율이 15%를 웃돌면 감당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라며 "국내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상반기부터 우리 기업들의 타격은 시작됐다"며 "하반기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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