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회사채 시장도 접수…HD현대·한화오션 ‘완판 행진’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7.20 07:00  수정 2025.07.20 12:04

한화오션 모집액 6배 달하는 수요 확보...HD현대 9배 몰려

HD현대, 조선업계 첫 7년물 발행...장기 자금 수요도 흡수

조선업 신뢰도 상승...보수적 평가 벗어나 신용등급 줄상향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잇따라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올해 들어 조선업계가 회사채 시장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잇따라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수배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완판’에 성공했다. HD현대의 경우 조선업계 최초로 7년물 회사채를 제시해 장기 자금 수요까지 소화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조건에서도 시장 평균보다 유리한 수준을 확보하며 투자자 신뢰를 확인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6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41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모집액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만기 구조별로 2년물(300억원)에 1540억원, 3년물(400억원)에 2570억원이 각각 접수됐다.


수요가 몰린 만큼 금리도 희망 밴드보다 낮게 결정됐다. 한화오션은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금리를 제시했었다. 실제 수요예측 결과 2년물 –65bp, 3년물 –101bp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시장에서 평가한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지 않고도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에도 같은 규모인 700억원 채권 발행에서 4600억원의 주문을 받아 증액 발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최대 12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울산시 동구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HD현대중공업

HD현대 역시 지난 8일 1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 나서 1조303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모집액의 9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최종 발행 규모는 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앞서 회사는 지난 2월에도 1500억원 모집에 1조5000억원을 넘는 수요를 끌어모으며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이번에는 3년물 700억원에 8190억원, 5년물 700억원에 4010억원, 7년물 100억원에 830억원의 주문이 각각 접수됐다.


특히 조선업계에서 처음으로 7년물 발행 옵션을 포함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자금 운용 안정성과 장기 재무 구조 개선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어려운 장기물까지 완판에 성공하며 HD현대가 시장의 높은 신뢰를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조건도 우수했다. HD현대는 민평금리 대비 –30~+30bp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다. 실제 발행 금리는 3년물 –22bp, 5년물 –37bp, 7년물 –37bp로 민평금리를 밑도는 ‘언더’ 발행이 이뤄졌다.


이번 조달 자금은 양사 모두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오는 8~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산업은행 및 중국은행 차입금 2688억원을 상환할 계획이고 한화오션은 이달 만기 기업어음(CP) 500억원과 11월 도래하는 대출 200억원 차환에 나선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조선업이 부상한 배경에는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돼 보수적인 평가를 받아왔으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증가와 잔량 기반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 신용평가사들도 조선업체의 신용도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올렸고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역시 등급 상향에 나섰다. 나신평은 한화오션의 등급 전망도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조정했다.


김현준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2021년부터 4년간 대규모 발주와 신조선가 상승세가 이어진 뒤 올들어 업황이 관망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조선사는 여전히 양호한 신규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기수주잔고 기반의 실적 개선 추세는 지속될 전망으로, 생산성 향상과 고정비 부담 완화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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