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32%에서 19%로 낮추는 대가로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특히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디지털·자동차·의약품 등 미국 업계가 집요하게 주장해온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만큼 사정이 비슷한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합의 세부 내용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99% 이상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0%으로 낮추고 미국에 대한 모든 비관세 장벽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19%의 관세가 부과되며, 이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3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측은 이번 협정에서 여러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자동차와 의료기기, 의약품에 대한 미국 안전기준을 수용하고 농산물에 대한 선적 전 검사(preshipment inspection)를 폐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가 수입 미국산 자동차에 미국의 안전 기준과 다른 자국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게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해왔으며, 한국에도 미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을 인정해 미국 기업의 인증 부담을 줄이라고 압박해왔다. 미 제약사들도 한국 보건 당국의 신약 허가가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고 불만을 표출해왔으며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에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 당국자는 특히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대한 과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계획도 철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데이터의 유통을 과세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e커머스(전자상거래) 관세 유예를 즉시, 조건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미국 기업들의 매출을 사실상 빼앗기 위해 인터넷에 세금을 매기고 싶어 한 몇 국가 중 하나”라며 “이번 합의는 미국의 수출업체들에 필요한 명확성을 제공하고 다른 나라에, 관세에서 자유로운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을 규제하려는 타국의 움직임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에서도 이런 요구를 관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중국 등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통해 환적한 제품에는 19%가 아닌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게 되고, 인도네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면서 미국이 최소 500억 달러(약 69조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교역에서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협상 타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상호관세 인하(32%→19%) 등 개략적인 내용만 공개했으며 합의 세부 내용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군이 자국 국기와 미국 국기를 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인도네시아는 귀중한 핵심 광물을 미국에 공급할 것이며,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농산물·에너지를 구매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 상당의 대규모 거래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는 관세 장벽 99%를 없애 미국산 공업·기술 제품과 농산물에 개방된 시장이 되겠다고 합의했다“며 ”이 거래는 우리의 자동차 제조사, 기술 기업, 노동자, 농민, 축산업과 제조업을 위한 엄청난 승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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