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바꾼 세상①] “이른둥이 위해 뛴다” 유한킴벌리, 초소형 기저귀 개발에 진심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5.07.24 07:00  수정 2025.07.24 07:00

별도 설비투자 단행 끝에 2017년부터 개발·공급

두 달에 한번 대전공장 멈추고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워낙 작고 섬세한 제품…누적 기부 600만 패드 돌파

하기스 이른둥이 기저귀.ⓒ유한킴벌리

[편집자주] 유통·식품업계가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영환경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에는 진심을 다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를 집중 조명해본다.


유한킴벌리 하기스는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부터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공급해오고 있다.


이른둥이는 평균적인 임신기간 보다 빠른 37주 미만 또는 출생 체중 2.5kg 이하로 태어나는 신생아로, 전체 출생아 중 약 9%를 차지한다.


이른둥이 출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데 따른 산모의 노령화와 불임 인구의 증가로 인공 임신술이 늘며 조산이나 쌍둥이 출산 가능성이 커진 것 등이 꼽히고 있다.


이른둥이들은 상대적으로 면역체계가 약하거나 질병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세밀하고 전문적 보살핌과 함께 전용 물품이 필요한데 다양하지 않거나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른둥이 수요가 일반 유아용품의 10분의 1도 안 되다 보니 이른둥이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곳이 많지 않는 것.


이에 유아용품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 하기스는 소수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자각하고 직접 나서며 사회적 책임 문화를 선도해오고 있다.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이미지.ⓒ유한킴벌리

제품 개발을 위해 신생아학회가 주관하는 이른둥이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실제 이른둥이를 출산한 엄마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이른둥이에게 직접 테스트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제품 특성을 파악했고, 이후 시제품 개발 시에도 간호사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 디자인에 반영,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2014년 기존 설비를 활용해 가장 작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별도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끝에 2017년에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놨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단순히 사이즈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설비투자가 필요했고, 모든 생산설비를 그에 맞춰 조정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고려하면 생산할 수 없다.


워낙 작고 섬세한 제품이라 일반 제품 대비 생산속도가 30% 이상 낮고, 생산전후 준비나 품질관리 측면에서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약 2개월마다 기존 제품 생산을 멈추고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생산한다.


하기스는 일정 기간 병원에서 생활하는 이른둥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30곳 이상)과 유한킴벌리 자사몰 맘큐를 통해 소형 사이즈를 무상 지원해왔다.


하기스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기부 추이.ⓒ유한킴벌리

‘하기스 이른둥이 캠페인’을 통한 누적 기부는 600만 패드를 돌파했고, 이를 활용해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도 4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연구소에서 근무를 하며 이른둥이 기저귀 개발을 주도했던 유아용품 사업부 류진호 본부장은 “이른둥이로 태어난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일주일간 입원을 한 경험이 있다”며 “이때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의 이른둥이 기저귀 사용 현장에 대해 볼 수 있었고 제품 개발을 한 담당자로서 이른둥이 기저귀에서 추가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제품에 추가 반영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기저귀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대전공장 유아용품생산1워크그룹 공정 엔지니어 장재원 과장도 “생산 과정에서 동일한 브랜드의 기저귀는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되지만 이른둥이 기저귀는 네이처메이드 브랜드에서 분리돼 특별히 관리된다”며 “이른둥이들은 움직임이 적고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매직벨트 모양 등이 다르며 전용 설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 효율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른둥이 기저귀는 부담이 되는 제품이지만 이른둥이 기저귀를 유일하게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도 전국의 NICU에서 엄마와 아빠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이른둥이들을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바꾼 세상②] “적자에도 멈출 수 없죠”…매일유업, 희귀병 아기 위한 분유>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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