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직무유기 [기자수첩-정치]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08.18 07:00  수정 2025.08.18 07:00

"악수는 사람과"…제1야당 투명인간 취급

내란동조 판단은 특검·사법부가 할 일

국회, 여야 갈등 넘어 정책 논의하는 장

증오정치 멈추고 포용정치로 나아가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당 수장이 지난 15일 공식석상에서 처음 마주했다.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취임 후 야당 예방 일정에서 국민의힘을 제외한 탓에 정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로 큰 주목을 받았다. 두 대표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형식적인 인사는 커녕 눈 한 번을 마주치지 않았다.


두 수장 사이 벌어진 갈등의 골은 정청래 대표의 과거 발언에서 비롯된다. 정 대표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직후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충분한 사과 없이는 협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후 인사 차원에서 야당을 예방할 때에도 국민의힘을 제외하는 '패싱 행보'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여당과 야당이 갈등을 넘어 정책을 논의하는 장이다. 제1야당을 대화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물론 당대표는 정당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다른 정당과의 정책 협상은 원내대표가 할 일이다. 그러나 정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당대표가 협치의 문을 닫아버리면 원내대표가 아무리 협상하려 해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출범시킨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실과 중앙당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압수수색을 벌이며 '내란공범' 증거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이 말하는 '내란동조 세력'의 위헌·불법 여부는 특검과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정당이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정치적 공세에 매몰되는 듯한 모습은 국민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국회는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 증오와 대립의 정치를 멈추고, 탄핵으로 갈라선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포용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제1야당과의 불통 행보는 결과적으로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셈이다. '국익을 위해선 악마와도 손잡아야 한다'는 민주당 원로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통합의 정치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협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당대표의 태도는 정부 메시지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 균열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협치는 정 대표의 정치적 커리어에도 이롭다. 강력한 카리스마 속 균형감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 머지 않아 여야 두 수장이 눈인사를 넘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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