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29일 미국으로 출국
‘조선업, 농산물’ 관세 협상 카드로 제시 전망
전문가 “일본, EU 협상 사례도 검토해야”
한국 경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하반기 경제마저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새 정부는 1기 내각 구성을 기점으로 산적한 대내외경제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새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과의 관세협상, 민생경제 회복,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주요 과제로 지목하고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한 하반기 경제 상황과 직면한 과제를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차례 순연됐던 관세협상을 재개한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이뤄져, 구 부총리 취임 이후 이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쌀과 자동차 등에 대해 거론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 투자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부터 25% 상호관세가 적용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韓·美, 31일 협상 테이블…관세 유효카드 ‘조선업, 농산물’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구 부총리가 내일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며 “남은 기간 현지에서 통상협상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실상 최종 담판이 된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조선업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미국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 분야는 올초부터 미국측이 상호관세 협상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회담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주요 의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또 국내 조선업은 중국과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미국측에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과 협력해 중국 견제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미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한 다른 국가 역시 동일한 품목에 대해 관세 협상을 실시해 사실상 경쟁력이 낮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통상질서 전환과 대한민국 통상의 새로운 길’을 통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경고했다.
KIET는 “한국의 통상은 특정 미국·중국 등 특정 국가와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주요국의 공급망 내재화, 비관세장벽 확대, 통상 규범 재편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직접투자 확대 압력, 해외 진출 경쟁국과의 가격·규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영향을 동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내 생산시설 이전에 따른 국내 중간재 수요 감소와 기술 경쟁력 격차 확대는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생태계 유지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15%’ 타결 일본·EU 사례 살펴봐야
일본과 유럽연합(EU)이 한국보다 먼저 관세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이들 국가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 한 일본은 5500억 달러(758조원), EU는 6000억 달러(828조원)의 대규모 투자패키지를 제안했다. 또 일본과 EU는 우리나라 대미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쌀 등 농산물 추가 개방을 통해 협상을 타결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농산물 추가 개방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저율관세할당물량(TQR)을 미국에 적용하고 있어 농산물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관세 협상의 물꼬를 튼 한국이 일본과 EU 보다 적은 규모의 투자액을 제시할 시 한국의 입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측은 한국에 4000억 달러(554조원)의 투자금을 제안했으나 한국은 1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상호관세에 대한 뇌관도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적용 중이다. 이 같은 25%의 관세가 유지될 시 관세율이 15%로 하향된 일본·EU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우리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다가 관세 합의를 한 다른 나라는 15% 관세다. 우리가 10%p 이상 비싸지는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가 올라가니 우리나라 물품을 구매하지 않게 된다. 같은 제품, 같은 가격에서 10%p 올라가는 것이니 우리나라 물품에 대한 수입 수요가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와 철강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앞서 진행한 일본의 관세협상을 벤치마킹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새 정부 경제 시험대②] ‘내수 마중물’ 소비쿠폰 지급...경기부양vs재정악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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