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회사" 머스크의 공개 지지, 삼성 파운드리 회생 신호탄 될까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7.30 10:29  수정 2025.07.30 10:30

23조 원 테슬라 계약 뒤 이재용과 머스크 '화상 통화' 눈길

美 텍사스 공장서 생산 유력, HBM 등 메모리 반등도 기대

테슬라 매장 밖에 모델 X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서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약 2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하며, 수년간 부진했던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머스크가 계약 직후 "TSMC와 삼성 모두 훌륭한 회사"라며 삼성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더욱 눈길을 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삼성 회장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파트너십을 논의했다”며 "TSMC와 삼성, 둘 다 훌륭한 회사(Great companies both)"라고 언급했다. 이는 기술·공정 측면을 넘어 경영진 간 신뢰와 유연한 의사결정이 계약 과정에 있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특히 '삼성이 칩 제조에서 TSMC보다 뒤처져있다'는 일부 게시글의 지적에 "TSMC와 삼성 둘다 훌륭한 회사이고, 그들과 함께 일하게 돼 영광"이라고 답변한 머스크 발언은, 그간 TSMC에 비해 기술력 및 수율 안정성에서 열세로 평가받던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시장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계약은 테슬라가 자사의 차세대 AI 트레이닝 칩인 'AI6' 생산을 삼성에 맡기는 내용이다. 계약 규모는 약 165억 달러(한화 약 22.8조 원)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역사상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다. 계약 기간은 최대 8년이며, 2025년부터 2033년까지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삼성전자

삼성은 해당 물량을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차세대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2nm(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미국 내 생산을 통해 반도체 관세 및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테슬라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수년간 대규모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수율 안정 문제와 고객 확보 부진으로 분기별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해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익 4조6000억원 가운데 반도체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스템LSI 부문과 파운드리 부문에서 매 분기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 TSMC와 2위 삼성의 격차가 60%p 가량 벌어졌다. 뒤이어 3위 중국 SMIC가 삼성전자와 불과 1.7%p 차이로 뒤에서 추격해오는 형국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TSMC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3nm 이하 미세공정 수율이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시장 점유율도 정체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테슬라 수주로 수익성 회복은 물론 글로벌 고객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제공하는 고객 맞춤형 설계지원, 유연한 협상 구조, 그리고 미국 내 생산 역량 등이 머스크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TSMC보다 수율 면에서 열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경영적 설득력과 파트너십 역량이 주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 분야 회복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은 다소 뒤처져 있지만, 고집적 패키징이 필요한 HBM4 부터는 파운드리 업력을 지닌 삼성이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9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테슬라 수주를 포함한 대외 수주 확대와 테일러 공장 가동 계획 등 향후 전략이 실적 발표 이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