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무역전쟁 '이중고'에 투자 심리 '꽁꽁'
예금 금리 떨어져도 갈 곳 잃은 돈 은행으로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하락세에도 예·적금에 돈을 맡기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 대신 안전지대를 택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다.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적으로 은행에 머무는 '파킹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연 2.50~2.55%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전월취급 평균금리를 보면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2.55%,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2.53%를 보였다. 이어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2.51%,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2.50%를 기록했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은 빠른 속도로 은행 예금으로 회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인하기에는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돈이 이동하지만 정반대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각사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44조86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조9257억원 늘었다.
정기적금 잔액 또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42조8169억원에서 43조4218억원으로 6049억원 늘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대내외적 요인으로 주식, 펀드 등 다른 투자처의 매력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 꼽힌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자 일단 정기예금으로 들어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한 달 동안 17조4892억원이나 급감하면서 639조1914억원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은 통상 투자 대기자금으로 해석된다.
대내적으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주식 매도 시 내는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15%에서 0.20%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주식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는 조치다.
대외적인 불확실성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미국발 관세 전쟁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들까지 투자보다 관망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섣불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보다는 단기 예금 등에 자금을 예치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인 만큼 은행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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