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티켓, 얼마나 올랐을까 [영화 티켓값의 현재①]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8.11 12:44  수정 2025.08.11 12:45

영화 티켓값을 둘러싼 논쟁은 항상 불거져온 문제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는 매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50대 영화 관람객 5000명 중 76%는 '티켓값을 내리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밝힐 정도다. 관객이 극장을 찾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티켓값의 비중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보여준다.


ⓒ뉴시스

1980년대 중반, 영화 티켓값은 250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약 700원 수준이었으니, 자장면 네 그릇 값을 주고 영화를 본 셈이다. 이후 연평균 4~5%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함께 1990년대 5000원으로 뛴 영화 티켓값은 서울올림픽 이후 확대된 외화의 인기를 타고 '다이하드 3', '타이타닉' 등 인기작 개봉의 여파로 6000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자장면 값은 700원에서 약 2100원으로 3배 가량 뛰어, 영화 티켓값 인상폭(약 2.4배)을 훌쩍 웃돌았다. 이는 영화 티켓값이 물가 전반의 상승세를 따르긴 했지만, 생활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오른 것을 보여준다.


1998년 CGV를 시작으로 2000년대에 들어 멀티플렉스가 급속히 확산되며 영화 티켓값 7000원 시대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2001년 주중에는 7000원, 주말에는 8000원으로 가격 차등제가 도입되었으며 2009년이 되어서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과 함께 주중과 주말 티켓값이 모두 1000원 오른 8000원과 9000원이 됐다. 2000년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2500원이었다면 2009년에는 3800원으로 약 1.5배 인상됐다. 이 당시에도 생활 물가보다 티켓 인상 폭이 낮았던 것이다. 게다가 2000년대에는 통신사·카드사 할인, 조조·심야 상영 등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이 병행돼 티켓값 인상 체감이 낮았다.


영화 티켓값이 1만 원을 넘기 시작한 건 2013년으로, 당시 주중 9000원, 주말 1만 원 수준이었다. 이후 2016년 CGV가 좌석차등제를 도입하며 관객들의 불만이 본격화됐다. 2018년에는 2D 영화 기준 프라임 시간대 티켓값이 주중 1만 원, 주말 스탠다드석 1만 1000원, 프라임석 1만 2000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2020년에는 CGV를 시작으로 모든 멀티플렉스가 약 3년 7개월만에 좌석차등제를 폐지하며 티켓값을 주중 1만 2000원, 주말 1만 3000원으로 인상했다. 극장은 이후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적자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티켓값을 1000원씩 인상했고, 이에 따라 영화 티켓값은 지금의 가격인 1만 5000원으로 형성됐다. 2019년 대비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2%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상률이다. 게다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4년에 한 번꼴로 오르던 영화 티켓값이 매년 인상된 셈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티켓값 인상의 배경에는 수익 배분 구조와 운영비 부담이 있다는 것이 극장의 설명이다. CGV는 2022년 티켓값을 1만 5000원으로 올리며 "제작 및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생태계 전체가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실제 멀티플렉스 3사의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면, 팬데믹 기간에 영업이익을 낸 곳은 2022년의 롯데컬처웍스가 유일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약 8억 원으로, 국내 극장 사업보다는 베트남 법인의 수익 기여도가 높았다. 업계 1위인 CJ CGV는 2023년 4분기가 되어서야 연간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해외 법인 회복세와 글로벌 특별관 사업 확장 덕분이었다. 국내 사업만 놓고 보면 여전히 76억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멀티플렉스 업계 전반이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일부 영화인들은 티켓값의 인상폭 만큼의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극장들은 팬데믹 시기 세 차례에 걸쳐 티켓값을 인상했지만 수익 배분을 위한 객단가(영화티켓 평균 발권가)는 오히려 떨어져 영화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줄어들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극장이 티켓값 인상으로 인한 관객 감소를 막기 위해 진행한 프로모션의 부담을 창작자·제작사 등에 지운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멀티플렉스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가 매출을 5대 5의 부율로 나눈다. 이때의 매출은 객단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티켓값이 아무리 올라도 객단가가 떨어지면 창작자와 제작진에게 떨어지는 몫은 줄어든다. 멀티플렉스가 통신사 할인 등에 관해 비밀유지계약을 내세우며 상세정산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극장은 이를 즉시 부인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지난해 7월 입장문을 통해 영화인연대의 주장과 관련해 "극장은 표준 영화상영기본계약서에 따라 부금 정산 시 필요한 세부 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할인 마케팅도 배급사와 협의해 진행한다. 통신·카드 할인으로 극장이 보전받는 금액 역시 배급사와 공정하게 나눠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객단가 하락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1월부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시행하며 영화 관람객에게 징수했던 부과금 3%를 폐지했으나 실질적인 티켓값 인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극장 전체 매출액은 4079억 원, 전체 관객 수는 4250만 명을 기록하며 2024년 상반기 대비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2%(2024억 원),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5%(2043만 명) 감소했다. 극장가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영화 티켓값 설정을 두고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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