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위기의 부부가 고양이 양육권을 두고 갈등하는 작품부터 워킹맘과 워킹대드를 소재로 한 로맨스 드라마까지, 시의적절한 메시지와 색다른 시도를 품은 단막극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급상승한 제작비, 어려워진 방송사 사정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꾸준히 단막극을 선보이던 KBS 또한 올해는 로맨스 단막극으로 방향을 틀며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단막극 명맥을 잇기 위한 방송가들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 육성 프로젝트 ‘오펜’의 당선작을 영상화한 단막극 연작 시리즈 ‘오프닝’(‘O'PENing)을 통해 다섯 편의 단막극을 선보인다.
17일 방송되는 이혼을 앞둔 부부가 같이 키우던 고양이의 양육권을 두고 싸움을 시작하는 ‘냥육권 전쟁’을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돌싱 워킹대디가 돼 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는 ‘내 딸 친구의 엄마’, 미국으로 입양 간 딸이 금발의 스칼렛으로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화자의 스칼렛’ 등이 순차적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이 넘은 시대, 반려동물 양육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담는가 하면, 입양 간 딸과 엄마의 이야기라는 색다른 주제로 참신함을 느끼게 하는 등 단막극의 가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부터 매해 ‘오프닝’을 선보이고 있는 CJ ENM은 물론, 종영 드라마와 새로운 드라마 방영 사이, 2부작 등의 단발성 기획으로 새 시도를 이어나가는 MBC의 사례도 있다. MBC는 농구를 소재로 한 2부작 드라마 ‘맹감독의 악플러’를 지난 5월 선보였으며, 지난해 7월에는 2부작 드라마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를 통해 유쾌한 농촌 드라마의 재미를 보여줬었다.
다만 전처럼 활발하게 단막극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엔 아쉬움도 이어진다. 한때는 ‘베스트극장’, ‘드라마스페셜’ 등을 통해 단막극을 꾸준히 선보이던 MBC는 이렇듯 단발성 기획으로만 신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2010년부터 꾸준히 이어지던 KBS의 단막극 프로젝트 ‘드라마 스페셜’도 올해 잠시 쉬어가게 됐다. 미드폼 로맨스 드라마를 짧은 회차로 선보이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르적 한계상 ‘드라마스페셜’만큼의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가장 최근 방송된 단막극인 ‘맹감독의 악플러’는 물론,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스페셜’의 대부분 작품들이 모두 1%대를 기록하는 등 당장의 성과 면에선 아쉬움이 있지만 단막극을 시청률로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2022년 MBC 4부작 드라마 ‘멧돼지 사냥’의 스릴감을 완성도 높게 구현해 호평을 받은 송연화 PD는, 지난해 심리 스릴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연출을 맡아 더 정교해진 연출력을 뽐내는 등 신인 연출가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경험을 쌓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었다. 이 외에도 ‘수령인’, ‘고물상 미란이’ 등 ‘오프닝’의 단막극 다섯 편이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플래티넘, 골드, 실버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자아낸 바 있다.
단막극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막극을 ‘K-드라마 미래’라고 언급하며 전년 대비 2배 커진 예산 20억원을 투입, 작품 15편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지원 확대와 함께 단막극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한 방송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수익을 생각하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 드라마 시장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예로 CJ ENM ‘오펜’ 출신 신하은 작가는 tvN을 통해 단막극 ‘문집’을 선보인 이후 ‘갯마을 차차차’, ‘엄마 친구 아들’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하며 신인 발굴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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