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탁견’, 진보좌파 집권 100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11 07:07  수정 2025.08.11 07:07

오만에 찬 헛소리가 현실화할 판...“국힘 하는 짓 보라!”

100년까지야 하겠냐마는…앞이 캄캄한 건 사실

‘윤석열-전한길 당’은 꼴통-TK-노인당으로 고립시키고

개혁파, 진보보수(Progressive Conservative) 당 준비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이해찬,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024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김대중 정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73, 청양, 서울대)이 민주당의 ‘상왕’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있었다’로 과거 시제를 쓰는 건 그가 요새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건강이 안 좋아진 건지 이재명 정부와는 사이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기 때문인지 어쩐지 모르겠다.


민청학련 사건 주역으로서 김대중에 의해 스카우트된 그는 1988년 약관 25세에 서울 관악을에 출마, 당시 37세이던 김종인을 꺾고 국회에 들어온 이후 내내 민주당의 선거 전문 브레인이었다. 엘리트 운동권에 소년 급제 출신이라 그의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는 공무원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오만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실력이 출중했으므로 대한민국 최초이자 지금까지 유일한(아마 김민석도 하지 못할 공산이 큰) 실세 총리가 됐다. 그의 실력이란 선거에서 이기는 능력이다.


이해찬은 여야 모두 인정하는 선거 전문 전략가이다. 선대위원장이 그의 직업이다시피 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치를 때마다 선대위원장 아니면 고문으로서 진보좌파의 승리, 특히 수도권에서의 선전을 지휘했다.


그가 선거에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어록이 있다.


“좀 교만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왜 선거에서 지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하면 다 이긴다는 얘기다. 이기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선거에 임하니 진다는 말일 것이다.


이 선거 기술자가 2020년대 들어 한 발언으로 보수에 조롱당했다. 2018년 당 대표 경선 때 내놓았던 ‘20년 집권론’이다. 보수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해찬이 좌파가 앞으로 천년 만년 해 먹어야 한다”라고 큰소리쳤다고 욕을 퍼부었다.


‘용병’ 윤석열을 끌어들여 그들의 정권 재창출을 저지하고 난 다음부터는 보수가 선거 때마다 그의 말을 안주 삼아 조롱하곤 했다. 이해찬은 20년 집권론이 이런 의미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그 조롱에 대해 반박했다.


“(민주당이 오래도록 해 먹자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 개혁과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 기간이 20년(4연속 집권)이란 뜻이다. 조선 정조 이후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을 빼면 200년 이상 수구 보수 세력이 나라를 이끌어 불균형과 소외가 심화됐다. 유럽 국가들의 개혁 사례를 볼 때 사민당이나 노동당이 20~30년 걸렸다.”

민주당 내에서도 겸손해야 한다는 경계론이 일었지만, 그의 20년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50년, 100년으로 불어났다. 2020년 총선 1년 전 대승을 다짐하면서 100년 얘기를 했다.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다.”

문재인의 실정이 쌓이고 있던 시점이라 아무도 이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총선은 박근혜 탄핵 뒤끝이어서 완승했으나 대선은 졌다. 그의 말은 헛소리 어록 속으로 잠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3년 후 세상이 뒤집힐 줄 누가 알았겠나? 윤석열이 비상계엄 헛짓으로 멀쩡한 정권을 민주당에 바치고 보수당은 그 계엄이 똥(자살)인지 된장(계몽)인지 아직도 헷갈리면서 비틀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하는 짓으로 봐선 ‘해골’ 이해찬의 100년이 현실화, 헛소리가 ‘탁견’(卓見, 두드러진 의견이나 견해)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게 될 판이다. 100년(속으로는 20년)까지야 하겠냐마는, 이것이 보수가 아직은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미련과 희망이다, 적어도 내년 지방 선거와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 전망은 캄캄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김문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예측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국힘 핵심 당원들은 대구-경북(TK) 70~80대들인데, 여기에 특정 종교 아스팔트-태극기-성조기 세력이 대거 들어와 있어서 그렇다.


젊은 장동혁도 그렇고 김문수는 더욱 보수당 쇄신과는 담을 쌓으려는 사람들이다. 김문수는 극렬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윤석열 복당까지 말했다. 가관이다. 전한길이 ‘당 대표 되고 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만약 다시 국민의힘에 입당하고자 한다면 받아줄 것이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입당하시면 당연히 받죠.”

10살 아랫사람에게 ‘하시면’이 뭔가? 민망한 비굴이고 지지자 눈치 보기다. 계엄에 대해서도 대선 출마 때 (할 수 없이 억지로) 말한 비판적 입장을 다시 바꿔 버렸다.


“계엄으로 해서 그 6시간 안에 누가 죽었거나 다쳤거나 했나? 계엄이 해제되고 없지 않았는가? 거기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에 돈을 얼마나 갖다줬나?”

딱 강성 보수 유튜브(틀튜브) 애청자 노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김문수다. 단일화 약속으로 그 노인들을 속였던 이도 그다. 이런 사람에게 앞으로 보수가 진보좌파 집권 20년-50년-100년을 막기 위해 새로 태어나기 위한 대 보수 작업을 맡길 수 있겠나?


일개 학원 강사 전한길이 당 대표 유세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꼬락서니도 앞을 더욱 암담하게 한다. 국힘 당은 더 망가지고 쪼그라들어야 보수 지지자들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김문수-전한길 당으로 간판을 달게 되면 중도-청년-수도권 보수 경도(반 진보좌파) 성향 사람들의 외면이 더 심해질 건 불문가지다. 현재 지지율 16%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될 때 안철수-조경태-오세훈-한동훈-양향자 등 개혁파들은 결심해야 한다. 윤석열-전한길-김문수 국힘 당을 TK 섬 노인당으로 고립시키고 새 출발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 출발, 새 간판은 꼴통 보수가 아닌 진보적 보수(Progressive Conservative) 정당이 시대정신에 맞다. 한국 ‘진보보수당’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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