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이후 카드론 신용대출에 포함…생계형 차주 금융 접근성 제한
소액 카드론, 취약계층 긴급 생계 자금 창구로 DSR 적용 배제할 필요
생계비형 소액 카드론의 별도 금융상품으로 제도화 통해 서민 금융 확대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6·27 대책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카드론까지 신용대출 범주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인해 서민과 취약계층의 생계형 대출에 상당한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액 카드론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에 포함되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받게 돼 카드사의 신용대출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사실상 긴급한 생계 자금이 필요한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등의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는 위기 상황도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은 취약계층의 생계비 마련을 어렵게 만들고 서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이는 카드론이 고신용자보다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도권 생계형 급전 창구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신용평점이 낮은 차주들의 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론이 신용대출에서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300만원 이하 소액 카드론으로 DSR 적용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카드론은 신용대출과 별도로 형성된 성격이 다른 대출 시장 상품이라 DSR 규제 강화시 오히려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를 가져온다.
카드론은 신용대출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저신용자, 금융 취약층, 젊은 층 등)이 주로 활용하는 대출이다. 카드론은 신용대출대비 대출 심사 간소, 신속한 자금확보란 특징 때문에 별도 수요층이 형성되어 있다.
더욱이 카드론 이용자는 예측 불가능한 생활비, 의료비 등 급작스런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한다. 반면, 신용대출 시장은 보다 계획된 지출(이사비, 교육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이용 목적과 환경이 다르다.
영국의 금융감독기관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Consumer credit and consumers in vulnerable circumstances(2014)'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신용·저소득의 금융소외계층은 카드론과 같은 심사 간소성과 신속성이 보장된 대안 금융상품을 선호하고 이것은 별도의 시장 수요층을 형성한다는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둘째, 카드론 규제 강화시 사금융 이탈을 가속화시킨다.
카드론은 신용평점 하락에 대한 부담과 고금리를 감수하고 이용하는 급전 창구인데 이를 신용대출한도에 반영할 경우 전체적인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금리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로써 제도권 금융을 어렵게 해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 차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필자의 연구(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카드론 시장간의 관련성 연구, 2022)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카드론 공급을 축소시켜 저신용 차주의 카드론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내용을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저신용 차주가 제도권 금융 이용에 제약을 받아 대체 자금 조달처를 찾게 돼 결국 비제도권 사금융으로 이탈할 위험이 커짐을 시사한다.
필자는 DSR 적용을 받지 않는 별도의 소액(300만원 이하) 카드론을 '생계비형 소액 카드론'으로 명칭하고 서민금융 확대 차원에서 생계비 및 긴급자금 용도로 인정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소액 카드론을 '생계비형 소액 카드론'으로 공식 명명하고 이를 별도의 금융상품군으로 법·제도적으로 분리해 인정하는 근거를 마련한다.
DSR 산정 시 해당 대출을 배제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 생계비 및 긴급자금 용도의 소액 카드론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제도화한다. 또한, 여타 신용대출과 차별화된 우대금리 및 상환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카드사는 저금리, 간소 심사, 신속 실행이 가능한 '생계비형 소액 카드론' 전용 금융상품을 출시한다. 필요시 정부 보증 및 공공 재원을 활용해 금리 부담을 낮추고 긴급자금이 필요한 서민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소액 카드론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교육, 신용 회복 지원, 상환유예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대출자의 재무 안정성을 지원한다.
셋째, 소액 카드론 이용에 따른 대출자의 신용평점 하락을 완화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컨대, 생계비 마련을 위한 소액 카드론 이용 내역에 한해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정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6·27 대책'이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 및 무분별한 주택금융 확대를 제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서민층이 느끼는 금융 부담과 생계 자금 조달 곤란의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금융 정책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하며, 카드론과 같은 생계형 대출에 대해 탄력적이고 현실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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