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 “원인분석 없는 증자 반복…모럴 해저드·배임 리스크”
한화 “국세청 추징 1006억원…시가 계약 전환이 원칙”
DL케미칼이 여천NCC의 부실 문제를 두고 한화그룹에 대해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양사 간 갈등이 공개적인 책임 공방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도 DL의 주장을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규정하며 오히려 DL의 저가 거래 관행이 국세청 추징금을 유발했다고 맞서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DL케미칼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책임 있는 주주라면 회사의 부실 문제를 미봉책으로 방치하기 보다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무작정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DL은 주주책임 강화 기조를 근거로 “원인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화를 비판했다.
DL 측은 지난 3월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을 투입했을 당시 여천NCC로부터 ‘3월 증자가 진행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는데 3개월 만에 상세한 설명 없이 추가 증자나 보증 요청이 재발했다고 지적했다. DL 측은 “당시 보고는 거짓이었거나 아니면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것이었다는 결론인데 어느 쪽이든 주주와 시장을 기만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화 측의 주장과 같이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라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료가 공급계약을 둘러싼 이견도 공개했다. DL 측은 “DL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여천NCC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으로 원료 공급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한화는 무조건 더 싸게, 심지어 여천NCC의 공정한 이익을 깎아서라도 한화에만 유리한 조건을 고집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화가 제시한 계약안은 동일 물량 기준 자사에 큰 이익을 주지만, 파트너인 DL과 관계사인 여천NCC에는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반면 DL은 여천NCC의 자생력 강화와 상생의 차원에서 여천NCC의 손익이 개선되는 조건(하방 cap 설정, 20년 장기계약 등)을 제안했지만, 한화는 이를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한화가 올 초부터 여천NCC 외 다른 석유화학사로부터 에틸렌 구매를 타진해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공동 TFT 대신 언론 압박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DL 측은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의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로 여천NCC의 경쟁력과 자생력이 무너지고 있다”며 “한화는 올 초부터 대주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여천NCC 외 다른 석유화학회사로부터 에틸렌을 구매하기 위해서 접촉하는 등 여천NCC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동 TFT에서 여천NCC에 대한 합당한 지원책을 도출하는 대신 파트너사를 압박하는 언론 플레이가 과연 여천NCC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화도 이날 즉각 반박문을 내고 DL 주장을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규정했다.
한화는 여천NCC가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대림케미칼에 판매한 에틸렌과 C4RF1 등이 ‘시장가 대비 저가공급’으로 판단돼 법인세 등 1006억원 추징을 통보받았다며 과세와 현 시황을 반영한 ‘시가 계약’ 전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1999년 합작 당시 체결된 기존 계약은 지난해 12월 종료됐고 올해 1월 이후에는 임시가격으로 거래 중이라고 했다.
한화는 DL이 제기한 ‘자사 계열에 더 싸게 공급해 손해를 누적시켰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동 가격은 대림과 같고 2025년 현재 시장 수준”이라며 에틸렌 거래량이 한화 100만t/년, 대림 40만t/년임에도 한화가 대량 거래에 따른 물량 할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에틸렌과 대림 측에만 거래되는 C4RF1 등이 국세청 조사에서 ‘시장가 대비 저가 거래’로 지목돼 추징금의 96%를 차지했다며 국세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새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저가공급으로 추징된 가격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법인세법과 공정거래법이 정한 시가로 거래해 법 위반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DL이 25년간 여천NCC를 통해 2조2000억원 배당을 받았고 그럼에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초래했다며 “언론 비난이 커지자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DL 측은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