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오는 9월 신작 '얼굴'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 작품은 그가 2018년 발표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초기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이어 '지옥', '정이', '기생수: 더 그레이', '계시록' 등 OTT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양한 실사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확장해왔다.
이러한 행보는 '연니버스'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독자적인 궤적을 만들어왔다. 그런 그가 실사 독립화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등이 출연한다.
원작은 '사이비' 시나리오 집필 직후 구상된 작품으로, 이미 '부산행' 이전부터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애초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었던 이 작품은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사건과 선명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번 작품은 내용만큼이나 제작 방식에서도 주목받는다. 제작비 2억 원대, 20명의 스태프, 13회차 3주 촬영이라는 조건은 독립영화계에서도 초저예산에 해당한다. 상업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과 기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년간 함께해온 동료들과의 긴밀한 호흡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냈다는 후문이다.
규모와 자본에 기대지 않고도 극장용 영화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얼굴'은 제작비와 규모 면에서 분명 독립영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동시에 일반적인 독립영화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연상호 감독의 위치와 제작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시도는 한국영화 제작 방식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실험에 가깝다. 화려함과 대규모 자본만이 극장 영화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 시킨다.
영화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국제 무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작품이 단순히 제작 환경의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와 완성도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영화 산업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 놓여 있으며, 독립영화계 역시 지원 축소와 관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얼굴'은 다양성과 실험성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며 한국영화의 미래를 모색하는 중요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얼굴'은 연상호 감독 개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새로운 도전이자 한국영화계 전체에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단순히 유명 감독의 신작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제작 환경과 영화적 상상력의 방향을 확장해 고민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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