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엇갈린 신호…반도체 업계 불확실성 커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8.28 13:11  수정 2025.08.28 13:38

데이터센터 매출 예상치 소폭 하회, AI 버블론 재점화

SK하이닉스는 수혜 지속, 삼성전자는 기회 vs 위기 갈림길

미국 엔비디아 사옥 전경(자료사진) ⓒAP/뉴시스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복합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 467억달러로 시장 예상치(460억6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주당순이익(EPS)도 1.05달러로 컨센서스(1.01달러)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는 매출 460억6000만달러, 주당순이익 1.01달러를 예측한 바 있다.


전반적인 실적은 호조세를 기록했으나 GPU와 AI를 반영한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411억달러로 예상치(413억4000만달러)보다 2억4000만달러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은 곧바로 시간외거래에서 주가 2~3%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상반기 미국 트럼프 정부가 AI 칩의 대중 수출을 규제한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H20 수출길이 막히며 4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2분기 실적을 이끈 것은 최신 AI칩 '블랙웰' 시리즈 수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컨퍼런스에서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라운 수준"이라며 "회사 역사상 가장 빠른 램프업"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0% 상당 늘어난 5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해당 수치에 H20 중국 수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젠슨 황 CEO는 "블랙웰을 중국 시장에 선보일 기회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본다”며 중국 AI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 AI 시장의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연간 5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엔비디아로부터 10조8900억원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글로벌 HBM 시장 60% 이상을 점유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필요 HBM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블랙웰 플랫폼 수요 지속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블랙웰 수요 덕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성장 둔화 우려로 공급망 다변화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향 HBM 공급을 개시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본격적인 물량 공급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엔비디아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수익 창출은 아직은 다소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실적의 미묘한 아쉬움이 AI 버블론을 자극했지만 근본적으로 AI 반도체와 HBM 수요 트렌드는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과도한 기대치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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