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뉴 패러다임] 이종훈 "보수정치, '비전 진화 빌드업' 필요…'중원장악'할 미드필더 키워야"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8.25 06:05  수정 2025.08.26 06:26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 데일리안 인터뷰

"보수 정치 살아나려면 폐족선언·대통합해야"

"경제민주화 이후 '비전' 없어…중도공략해야"

"탈이념 정책·인물 필요…산업구조 반영해야"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나라 보수 정치의 심장이 멈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최근 극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 통합은 커녕 내부 통합에조차 어려움을 겪는 보수 정치에 미래가 없다는 국민들의 반응들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에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는 보수정치가 살아나기 위해선 이념에서 벗어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 비전은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산업·사회구조에 기반을 둔 완전한 새 패러다임이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88~2003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전신인 국회 입법조사분석실에서 연구관으로 일하며 현실정치를 경험했다. 이후 지난 2004년부터 정치·시사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보수정당과 인연을 맺어온 이 대표는 정치경영컨설팅 기법을 정치권에 도입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만큼 이 대표는 보수 정치가 살아나기 위해선 '컨설팅'을 하듯 확고한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지역균형발전 행정수도'를,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소득주도성장'을, 이재명 대통령 때는 'AI 기본사회론' 등을 꺼내며 계속 비전의 진화를 위한 빌드업을 해왔다"며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때는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놨던 경제민주화 이후 조금의 진화도 하지 못했다. 결국 국민에게 제시할 비전과 그걸 이끌고 갈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이념적 간극을 대폭 줄이고, 비어있는 중도층을 공략하는 정책으로 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국민의힘에겐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나라 보수의 위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가?

"보수 진영의 전반적인 궤멸상태의 직접적인 책임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정확하게는 윤 전 대통령의 배반 때문에 보수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극우일줄은 몰랐다. 많은 국민이 속았고, 나도 속았다. 나름 공정·정의·상식을 강조하고 과거 검찰에 있을 때 상부나 권력과 맞서면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모든 중도를 보수에게서 떠나가게 한 사람이 바로 윤 전 대통령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에 큰 폐혜를 끼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가 많은 큰 위기를 한 차례 겪었음에도 탄핵을 2번이나 당하는 정당을 만드는 일(12·3 비상계엄)을 저질렀다고 하는 점에서 우선적인 책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


다음은 국민의힘이다. 왜 당이 전혀 역할을 못했나. 윤 전 대통령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당정관계의 문제는 어느 정권에서든 있는 문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실은 원팀을 얘기하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해서 자기 위주로만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나와줘야 하는 쓴소리나 제어가 완전히 붕괴됐다. 당에서 윤 전 대통령에 맞서는 사람이나 제3의 대안을 말하는 인물이 없었다. 개인으로 어렵다면 조직적으로라도 견제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전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실과 당을 친윤이 주도하는 그림이 돼 버렸고, 결국 비극적인 결론을 맞게 된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극우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국면은 진짜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고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다기보단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이 윤 전 대통령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친윤 구주류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 (다음 총선에서) 다시 뱃지를 다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까 뭉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는게 전한길 씨다. 결국 전한길 씨라는 외부 극우 세력과 당내의 친윤계가 공조가 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윤 전 대통령을 앞세워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이 정치인들의 생각은 영남 자민련(자유민주연합)도 괜찮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반사적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수를 어디서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과거 친노(친노무현계)도 그랬지만 폐족 선언부터 해야 한다. 상징적으로라도 계파가 없다는 해체를 선언하고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서 다시 당의 중심을 세워야 하는게 정상인데 지금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확장을 해야 하는데 점점 고립을 자초하는 협곡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들 입장에선 100석만 유지하는 야당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정권을 못 지켜도 제1야당 유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의 뱃지를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거기에 탄핵 국면으로 정권까지 내주니까 생존 본능이 강해진 것이다. 결국 이런 정치적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실력이다. 예전에 여의도 바닥에서 전해오던 말이 '그래도 보수가 실력은 있다'는 얘기였다. 도덕적으로 뛰어나진 않아도, 열심히 일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실력은 있다는게 인정됐던 것이다. 반대로 진보 진영을 얘기할 땐 도덕적으로는 뛰어날 수 있지만 실력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얘기들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 보수가 실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때 대통령 자체의 실력도 부족했고, 다른 쪽(당)에서의 역할도 부족해지면서 실력 자체가 붕괴됐다.


민주당은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연구원 등을 통해서 정책을 연구하고 집권 전략이나 비전을 연구하는데 국민의힘은 그것도 안 한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미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평가를 떠나서 민주당 상황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지역균형발전 행정수도'를 내세웠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소득주도성장'을, 이재명 대통령 때는 'AI 기본사회론' 등을 꺼내며 계속 비전의 진화를 위한 빌드업을 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정부때는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놨던 경제민주화 이후 조금의 진화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놨던 대운하와 같은 사업도 없었다. 결국 국민에게 제시할 비전과 그걸 이끌고 갈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보수가 패배하고 국민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다. 과거와 달리 이념적 간극을 대폭 줄이고, 비어있는 중도층을 공략하는 공간을 정책으로 차지하고 들어오는 모습이 국민의힘에겐 필요하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리나라 보수가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젠 선거 때만 챙기는 대상이 돼버린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중도층도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선거 때만 자신들을 챙기는 척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니 중도층도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덜 미운 쪽'이면 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려면 중도층의 취향에 맞는 공약을 지속적으로 내면서 이들을 오른쪽으로 끌고 오는게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 극우라는 한쪽으로만 몰린 지금 상황으론 절대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없다. 같은 보수 계열로 볼 수 있는 개혁신당의 세가 크건, 안 크건이 중요한게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다음 총선에서 개혁신당이 전국에 후보를 내서 2~3%의 득표율만 가져가도 민주당이 또 수도권이나 물론이고 충청권 의석을 싹쓸이 하게 된다. 수치가 갖고 있는 표면적인 것보다 궁극적인 의미가 훨씬 큰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이번 6·3 대선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완주한 게 보수진영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 아니었느냐. 이 대표를 데려왔으면 시너지 효과도 있었을 수도 있고, 근소한 차이로 이 대통령한테 이겼을 수도 있었다. 그걸 아니까 국민의힘도 막판에 이 대표와 합치려고 했던게 아니겠느냐. 그런데 너무 진심이 없다는 티가 났다. 막판에 다급하니까, 투표가 임박해 목이 마르니까 우물에서 숭늉을 찾듯이 하니까 이 대표 쪽에서도 응할 마음이 안 생기지 않았겠느냐. 당연히 확실하게 통과될 걸로 보였던 탄핵 국면에서부터 미리 통합 작업을 했어야 했다. 그러면 당이 윤 전 대통령과도 결연하고 보수대통합을 해서 당명까지 바꿔 대선에 임했더라면 이겼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지금도 통합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당내 통합도 안 되고 있다. 아마 내년 지방선서에서 대패하면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자각할 것이다. 보수대통합이 없으면 다음 총선 때는 정말로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 시대가 보수 정치와 정당에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중도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중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당이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지금 실수하고 있는 것이, 대선 당시 잠깐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가 집권 하니까 조국·윤미향을 사면하고, 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등을 강행하면서 극좌로 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보수진영은 이걸 빨리 기회로 보고 포착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것처럼 정책 측면에서 좌측 깜빡이를 키고 하루라도 빨리 민주당이 왼쪽으로 가면서 비어있는 중간 지대를 치고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없다. 오히려 현실을 보면 국민의힘은 너무 극우로 가고 있지 않은가.


축구로 비유를 하자면 지금 중원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그럼 필요한 선수는 미드필더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에겐 그런 의지나 능력이 없다. 중원장악 능력은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으로, 미드필더는 이 정책을 힘 있게 이끌어나갈 정치인으로 대표돼 줘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정책도 인물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그러니 보수진영은 비전을 빌드업하는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나.


우리 정치는 탈이념 시대로 들어서야 한다. 진영이나 이념 논리만 제외하면 보수와 진보의 차별성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런만큼 보수가 내놓을 그 새로운 비전의 중심이 될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사회와 산업이 바뀌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때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산업구조가 질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빠른 성장속도에 맞춰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생산을 담당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인간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먹고 살 걱정을 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그런 걸 고려한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새 패러다임을 내놔야 한다.


중요한 건 국민의힘은 이걸 해본 적도 있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나왔던 경제민주화다. 자유시장주의를 존중하지만 동시에 분배 쪽도 신경을 쓰는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대통령은 AI(인공지능) 기본소득론이라는 걸 제시해놓은 상태다. 국민의힘도 과거 경제민주화의 연장선에서 AI 등 현재 바뀌고 있는 산업 구조를 반영한 '비전 빌드업'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사회'든 '○○민주화' 등 눈에 띌만한 이름을 내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김문수 후보의 커리어를 보면 지난 대선 때 기본소득에 필적한 새 비전을 제시할 만한데 그런게 아예 없었다. 국민의힘은 단순히 조금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지율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가 없는데 프레임으로 밀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이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결국 이걸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안에서 키워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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