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제계 반대에도 2차 상법 개정안 통과시켜
재계 "경영권 분쟁·소송 리스크 증가 가능성 커"
'배임죄 개선'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 촉구
재계가 25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재계가 25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을 최소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도입한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추가 규제가 이어지자, 재계는 "기업 경영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조치"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 경영 구조가 한층 투명해지고, 소수주주 권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전날 필리버스터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로 대한민국 주요 기업, 상장회사 기업 이사회가 일반 주주 입장에서, 회사 전체 성장과 혁신을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신뢰를 회복한다면 의미 있는 정책적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는 한 달여 만에 상법이 두 차례나 개정된 데 이어, 민주당이 3차 개정까지 추진하는 상황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특히 1차 개정안에 포함된 이른바 '3%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는 규정으로, 이번 2차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내용과 맞물리면서, 이사회 구성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내부 전략이나 기밀이 외부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특히 해외 헤지펀드 등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이 이를 활용할 경우, 장기적 투자와 기업 가치 제고보다 단기 배당 확대나 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소수주주가 연합할 경우 이사 선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주주의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는 이를 두고 "투기자본이 기업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재계 관계자는 "소수주주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2차 상법 개정안 적용 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206개 기업의 주주총회 이사 선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사 수를 7명으로 가정했을 때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2~3명에 불과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이사 수가 평균 7.5명이고 최대주주 측 평균 지분율이 42.9%라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반면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최대 4~5명으로, 최대 주주 측의 의사에 반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최 교수는 통화에서 "이사회가 외부 세력에 의해 장악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칠레, 멕시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에서도 지휘체계가 일사분란해야 하는데, 대주주가 추진하는 전략마다 이사회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행동주의 1400만명의 표를 얻겠다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 역시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유감을 표했다.
재계는 2차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의 경우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같은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동시에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장치가 병행된다.
경제8단체는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형벌과 기업규모별 차등규제·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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