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대통령실, 트럼프 배려에 '안도'
與 "李, 전략적 언어 선택으로 '협상가' 기지"
국민의힘 "핑계 말고 성과 무엇인지 답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시험대인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돌발 행동으로 협상 상대방을 압박해 이득을 얻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자, 대통령실은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협상력 기질이 발휘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낮 12시 42분쯤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시작된 정상회담은 공개 회담부터 확대회담·업무오찬까지 2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른바 '한국 숙청 발생' 글을 올리면서 대통령실의 불안감은 커졌지만, 이 대통령의 다음 일정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이 순연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은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 때문에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 정상회담이 큰 논란 없이 마무리되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동 합의문을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냥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면서 "(무역 통상 협상 관련해) 구체적인 세목을 따지기보단 서로 기분 좋게 칭찬하고 과거 얘기를 하는 등 기분 좋은 오찬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위성락 안보실장도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저희 일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많이 눈에 띄었다"며 "오찬 말미에 명패와 메뉴에 전부 서명해 직접 주거나, 예정에도 없는 백악관 기념품 가게에 우리를 안내해 선물을 고르게 해줬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논란 없이 마무리된 배경엔 이 대통령의 협상력을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 당시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나는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 "북한에 트럼프월드 하나 지어서, 나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 등 발언을 조명했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웃음을 터뜨린 지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전략적인 언어 선택으로 협상가다운 기지를 발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과감하게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랜 동맹의 역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만큼, 성공적인 회담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양 정상은 급격한 국제질서 변화에 공동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당초 정상회담 취지였던 무역 통상 협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의 민감한 주제인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구성을 비롯해 농축산물 개방 여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사안은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향후 실무 협상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인 만큼, 회담 분위기와 별개로 미국의 '청구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 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주장에 대해 "그 배경을 좀 더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따라 우리가 쓰도록 두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헤아려보고 난 다음에 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로 평가되는 미국 무기 구매 요청의 경우, 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국방비 증액' 논의를 꺼내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다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미국 무기 구매 수준과 국방비 증액량은 거론되지 않았다.
위 실장은 "미국 무기 구매 요구까지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에선 미국의 방산업 중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언급만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의 미국 무기 구매는 필요한 영역에서 구매하려는 것이고, 이는 양측의 의견이 맞았다고 볼 수 있다"며 '안보 청구서' 주장엔 사실상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에선 "실질적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관세율 합의도 알려진 바 없고, 결과적으로 1500억 달러 기업들의 투자까지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 외교"라면서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외교 안보상 불확실성은 높아졌는데, 철강 관세·쌀·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에 대해선 도대체 무엇을 얻어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선 "정상 간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가 오간 걸로 한가하게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핑계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성과는 전무한 빈손외교로 역대급 외교참사를 자초한 만큼, 도대체 부부 동반으로 가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평가가 불가능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장 대표는 "지난번 관세 협상도 마찬가지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제가 말했던 우려가 계속 현실로 되고 있다"며 "잘못된 외교 노선을 극명하게 드러낸 편중된 내각이 이재명 정부의 잘못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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